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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May 01. 2024

구름

인생은 구름과 같다.


반쯤 눈을 뜬 채로 출근하는 버스 안. 나른한 아침을 깨우는 라디오 뉴스에서 말미로 오늘의 날씨를 전달하는 기상 캐스터의 경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자외선이 강하겠습니다." 혹은 "내일 하늘은 대체로 구름만 많이 지나겠습니다."라며 날씨를 예보한다. 기상 정보를 듣지 않더라도 집 밖을 나서기 전에 하늘을 바라본다. 이날의 구름이 어떤 형태를 띠느냐에 따라 우산을 챙길지 말지 결정한다. 이처럼 날씨에서 '구름'이라는 단어는 빼놓을 수 없다.


  '공기 중의 수분이 엉기어서 미세한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의 덩어리가 되어 공중에 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구름. 구름은 그 이름이 제각각이다. 보통날에는 '흰 구름'이 되고, 어떤 날에는 '뭉게구름'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린다. 가끔은 '먹구름'이 되어 세상을 잿빛으로 물들인다. 하늘은 구름의 양에 따라서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로 변신한다. 마치 구름이라는 물감이 하늘이라는 도화지에 톡톡 칠해지듯 말이다.


  나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보다 구름이 덩이씩 모여 있는 하늘이 좋다. 구름은 심장 언저리에서 맴도는 동심을 들춰낸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의 향연을 멍하니 바라보며 구름을 솜사탕처럼 한 점 떼어먹는 달콤한 상상을 한다. 새파란 하늘에 구름이 팝콘처럼 부풀어 터지는 광경을 목격하자면 울적했던 기분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설렘으로 가득해진다. 먹구름에 가려진 하늘이어도 괜찮다. 먹구름 사이로 장대비가 쏟아지면 "하늘이 나 대신 울어주는구나" 하며 고개를 떨군다.


  구름은 뭉게구름이었다가 먹구름이 되며 변화무쌍하다. 인생도 구름과 같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나날이 연속이었다가 한없이 밀려오는 먹구름에 이윽고 동굴로 숨어버리는 날이 있다. 그러나 먹구름은 곧 개고 새파란 하늘이 등장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은 몽실몽실한 구름으로 칠해져 사랑스러운 풍광을 선사한다.


  비행기에서 산봉우리구름을 만나면 그 풍경이 현실적이다 못해 신비로워 말을 잇지 못한다. 피곤했던 가족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마음은 비행기를 떠나 구름 사이로 항해하고 있었다. 그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의 덩어리에 불과한 구름에서 상처는 아물었고 위로를 얻었다.


  이런 날이 있고 저런 날이 있는 인생사를 둥둥 떠다니는 구름에 맡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흑운(黑雲)은 걷히고 따뜻한 빛줄기를 품은 적운(積雲)이 등장할 것이다. 오늘도 하늘에 수를 놓은 구름을 우러러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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