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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Oct 18. 2024

핑크빛 굄이 가득한 도시

말라카

쿠알라룸푸르에서 차로 두 시간 떨어진 소도시가 있다. 바로 말레이어로는 '믈라카', 영어로는 ‘말라카’라고 불리는 곳으로,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항구 도시이다. 비록 도시는 규모가 작더라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유서가 깊다. 말라카는 말레이시아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여행지이자 라이언의 고향, 그리고 현재 그와 신혼집을 꾸려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는 보금자리다.


  말라카는 수세기 동안 포르투갈,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로 지배받은 비운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비가 그친 뒤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뜨듯 말라카 또한 이러한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작은 도시지만 구석구석 보석 같은 유적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도시 전체가 탐험의 대상이 되는 신비로운 말라카. 그래서인지 말레이시아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교민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여행지로 말라카를 손꼽는다.


  말라카의 매력은 진한 산호색으로 칠해진 네덜란드 광장에서 시작된다. 빅토리아 분수는 영국 여왕의 재임 60주년을 기념해 힘차게 물줄기를 뿜어내며 광장의 중심을 장식하고 있고, 바로 뒤편에는 ‘크라이스트처치’라는 이름의 네덜란드 교회가 경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약 70%가 이슬람교도임에도 말라카의 랜드마크로 교회가 오랫동안 자리해온 것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를 상징하는 듯하다.





  네덜란드 광장 앞에는 말라카 리버가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 있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감각적인 노천 바(bar)나 알록달록한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말라카 리버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 보랏빛 조명으로 일렁이며 낮보다 밤에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시야가 탁 트인 노천 바에서 가볍게 맥주 한 병을 마시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다.


  강변을 지나면 존커 스트리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존커 스트리트에는 소품숍, 옷가게, 음식점, 그리고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여행객들을 끌어당긴다. 특히 골목마다 숨겨진 힙한 카페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술집으로 변신하는 매력적인 공간이 있다. 토요일 밤마다 열리는 야시장은 맛있는 냄새와 활기로 가득하다.





  말라카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곳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클레방 비치다. 말라카는 바다를 끼고 있어 오래도록 말레이시아 해상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그 덕분에 바다와의 인연이 깊다.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클레방 비치에서는 고요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코코넛 밀크셰이크를 마시면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새하얀 코코넛 밀크셰이크처럼 시원 달달하고 핑크빛 굄이 가득한 도시, 말라카. 때로는 심심할 때도 있지만 라이언과 함께해서 더욱 특별한 도시. 이곳에서 언제까지 신혼생활을 이어갈지 모르겠지만 말라카는 여전히 달콤한 나의 도시다. Amore Mio, Mala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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