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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Jan 29. 2024

[(여자)아이들]이번에도 완벽한 컨셉

여자아이들 정규 2집 '2' 리뷰

 확실한 컨셉과 화려한 비주얼, 완벽한 음악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던 아이들이 2번째 정규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전 곡이 다채롭습니다. 신기한 게, 다채로운데도 결이 같습니다. 메인 요리부터 반찬까지 전부 빨간색이지만, 맛은 각각 다른 느낌 같달까요.

 정규 1집 'I NEVER DIE'에서 보여준 메시지가 2집까지 이어졌습니다. 더욱 확실하게.

 짧은 곡이 트렌드인 만큼, 이번 아이들의 노래 역시 5번 트랙을 제외하곤 3분을 넘지 않습니다. 자, 말고 바로 노래부터 들어볼까요?


1. Super Lady


 인트로가 딱 퍼렐 음악 같죠? 시니컬한 마이너 베이스 라인에 라틴 리듬을 가미한 트랙. 그럼에도 그들의 정체성인 '락'을 배제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이번 음악엔 아르민 반 뷰렌 스타일의 프로그레시브 트랜스 장르까지 결합되었죠. 

  한 곡에 들어있는 3가지 장르. 이 3가지 장르가 2분 33초라는 짧은 곡 길이에 모두 들어가 있는데도, 게다가 극단적인 리듬 변화인데도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장르마다의 특징을 확실히 가져가면서도 한 곡의 유기성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마칭 드럼이 곡의 정체성을 견고히 다져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적재적소의 나오는 마칭 드럼은 청자를 고무시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팀으로 이뤄진 전사처럼 느껴집니다. 고무된 감정은 01:59초에서 절정을 맞이하는데, 여기서 아르민 반 뷰렌 스타일의 프로그레시브 트랜스 장르로 곡이 탈바꿈합니다. 이런 강렬한 장르들의 향연으로 인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Super Lady]라는 제목답게, 대단한 여성의 등장곡 같은 느낌을 주죠. 그 덕분에 그들이 내보이려는 메시지가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2.Revenge


락 기반의 곡인 [Revenge]는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던 곡입니다. [Tomboy]와 [퀸카]의 락 스타일이 굉장히 제 취향이었는데 말이죠. 오리지널 락이 아닌, EDM과 크로스오버되어서 그런지 후렴에서 특히 힘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pre chorus에서 EDM 스타일로 빌드업이 되었기에 후렴구에서는 확실히 터져줘야 하는데, 기타 한 대만 덩그러니 나와버리니 소리가 비는 느낌이 확 들죠.

 [Revenge] 역시 2절에서 라틴 리듬을 선보입니다. 라틴 리듬은 몽환적이고 트렌디합니다. 프로듀서 팝타임이 지코의 곡에서 보여줬던 기교를 여과 없이 선보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라틴 리듬 변화를 제외하고는 조금 아쉽달까요. 인트로에 나오는 70년대 서스펜스 영화 스타일의 브라스와 라이터 부싯돌 소리, 그리고 담배 연기를 뱉는 듯한 숨소리까지. 그 뒤에 나온 피킹 베이스 라인 역시 곡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만들어줬지만, 갑자기 가라앉은 후렴구 때문에 물음표를 띄우게 만듭니다.


3. Doll


아, 이 몽환적인 어두움. 2번 트랙의 아쉬움을 잊게 만드는 곡인 [Doll] 역시 락 기반의 트랙입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이모코어 느낌이 나죠? 왠지 이런 복장을 입고 무대에 서면 찰떡일 것 같은데요.

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집에서 선보였던 '수동적인 사랑에서의 이별'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입니다. 주체적인 여성의 진보적인 성장을 몽환적이고 어두운 곡에 녹이니 왠지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곡의 전체적인 느낌이 '귀신의 집'에서 느껴지는 으스스한 공포감을 내포하고 있기에 이모코어나 고스 스타일이 연상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컨셉츄얼한 음악입니다.


  4. Vision


 우리는 이런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트렌디드 놓치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한 트랙인 [Vision]. 현재 가장 핫한 UK 개러지 스타일의 악기들과 저지 클럽 리듬을 섞은 [Vision]은 2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트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앨범 컨셉과 상반된 장르의 [Vision] 역시 '몽환'이라는 컨셉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데요. 앞서 들었던 곡들의 몽환적인 감성을 [Vision]에서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M-Flo의 느낌도 나서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 최애 트랙이 될 것 같습니다.


5. 7Days 


 비단 아이돌 앨범뿐만이 아니라, 뮤지션의 앨범에도 이런 팬 트랙이 존재하죠. 팬들을 위한 트랙이기도 하지만, 앨범의 분위기를 중화시켜 주는 역할도 합니다. 왜 팬 트랙이냐고요? 7일 내내 네 생각만 한다는 가사인데, 그게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요? 아까까지는 사랑 따윈 다 필요 없다고 얘기했는데, 갑자기 연인에게 하는 말이 되어버리면 이중인격이 되어 버리니까요. 앨범 컨셉에도 맞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팝락 장르의 문법을 따르지만, 후렴구에서 변하는 2 step 리듬이 색다른 요소로 작용합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보석 같은 트랙이 될 것 같습니다.


6. Fate(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근래 많은 한국 밴드 음악들이 예전 일본 애니메이션 오프닝 음악 장르의 문법을 따르더라고요. 밴드 '루시'부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까지. 저 역시 일본 애니 음악을 MP3에 넣어두고 듣고 다녔지만, 이런 스타일은 제 취향이 아니어서 그런지 조금 생소합니다.(저는 유유백서나 바람의검심, 강철의 연금술사 OST 음악들을 듣고 다녔습니다). 제가 어렸을 땐 이런 음악들이 굉장히 마이너한 장르였는데, 이제는 메이저 장르로 올라왔네요. 어쩌면 제가 '오타쿠스럽다'라고 생각했던 음악들은 힙스터의 장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니혼 향기가 나는 음악들은 제목도 라노벨스럽습니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서 신기합니다. 곡 역시 라노벨스럽게 귀엽고 펑키합니다. 곡 중간중간 나오는 브레이크 섹션들은 이런 장르의 특색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정형화되어 있죠. 전 곡들에선 강력했던 멤버들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청순해집니다. 아이들 멤버들이 노래를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올라운더적인 소화력을 지녔는지는 몰랐습니다.

 건강 문제로 일정을 잠시 중단한 아이들. 정말 이 곡의 제목처럼 아픈 건 딱 질색입니다.


 7. Rollie


 오랜만에 아이들 덕분에 플렉스 트랩 트랙을 듣습니다. 도끼가 한국에 들여온 Flex 힙합의 명맥이 죽어가는 가운데, 아이들이 앨범에 [Rollie]를 수록했습니다. 왜 사장되는 스타일을 굳이 앨범에 실었을까요? 그 이유를 앨범 컨셉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정규 1집 이후로 곡에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아왔습니다. 이번 앨범 역시 바로 느껴질 만큼 확실한 메시지가 담겨있는데요.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Flex'를 보여줌으로써 성별이 아닌 아티스트로 거듭나려는 뜻으로 플렉스 트랩 트랙을 삽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뤄준다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알기에 그들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8. Wife


 선공개 곡이었던 [Wife]. 곡이 아주 짧습니다. 2분 2초. 영국의 락밴드 'blur'의 [Song 2]도 2분 2초였습니다.

 선공개곡이었던 [Wife]는 선정성 논란이 있었는데요. 재심의 신청 안 한다는 입장을 보고는 '와... 개 멋있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니멀한 악기의 펑키한 악기 구성. 이 트랙이 정말 퍼렐의 느낌이 나네요.

 [Wife]의 곡에는 서사가 있는데요. 선공개곡이지만, 원래는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다는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죠.

 


 마지막 8번 트랙인 [Wife]를 휴지통에서 열어보려고 했으나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영상이 끝나게 됩니다. 선정성 논란이 될 걸 미리 알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전체적인 컨셉과 동떨어진 트랙이라서 일까요? 여러분은 8번 트랙인 [Wife]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앨범을 냈는데 왜 활동을 못하니! 김첨지가 떠오릅니다. 너무 좋은 앨범을 내느라 기가 쇠해져서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빨리 나아서 어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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