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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턱과 어깨 사이

잘하고 싶은 마음 내려놓기

21년 7월 2일,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썼다.

4년 차지만 처음 일 년만 열심히 글을 썼고, 다음 해는 주로 그림을 올렸다. 그리고 브런치 계정만 있을 뿐 활동을 멈췄다. 그리고 딴짓을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일 년쯤 지나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4월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쓰고 있다.


정지우 작가님의 책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중 ‘많이 쓸수록 좋다’ 에피소드를 정말 좋아한다.

글쓰기는 많이 할수록 좋다. 욕망이 걸러지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진입하는 사람은 처음에 너무 많은 욕망을 만나게 된다.
글을 많이 쓰면, 그런 욕망들을 하나씩 토해내게 된다. 그러고 나면 다음번에 그에 관해 또 이야기할 일이 있을 때, 보다 거리를 두고, 천천히, 깊은 생각을 더하여, 다시 기억을 더듬으며, 차분하고 아름답게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까무러치게 웃기지도 못하고, 대단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못하는데 계속 글을 써도 될까?’ 생각했 던 때가 있었다. 그즈음 이 책을 만났고, 계속 쓸 용기를 얻었다.

이 책 서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글쓰기는 늘 내 삶에 더 나은 지평을 열어주었고, 나를 더 건강한 순환 속에 들어서게 했다. 나를 치유했고, 때로는 나를 살렸고, 새롭게 했고, 위로가 되었다.

지금도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막막해질 때면 꺼내 보는 보석 같은 책이다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글로 남겨야지…’

아트러너 활동을 시작하며 했던 결심이다. 끝까지 멈추지 않고 실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마련했다. 매주 금요일 1개의 에피소드를 연재하도록 설정하는  브런치북을 만든 것이다.

4월 12일에 첫 화 연재를 시작했으니 3개월이 흘렀다.

쓰고 싶을 때 쓰고,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나는 나에게 정해진 날짜에 한 편의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할 이야기가 많을 때는 머릿속에 한데 뭉쳐 돌아다니는  것 중 고르느라 힘들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을 때에는 뭘 쓸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팠다. 방금 일어난 에피소드를 쓰려고 할 때는 깊이 생각하고 쓰는 게 아니라 욕망을 토해내기 바빴다. 그래서일까? 정지우 작가님의 ‘많이 쓸수록 좋다’의 모든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2년 만에 쓰는 브런치북인만큼 잘 쓰고 싶었다.

첫 번째 브런치북 1화부터 17화까지 쓰며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했다는 성취감도 좋았고,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이야기를 정돈하여 하나의 창작물이 되는 과정도 좋았다. 완성된 브런치북은 두고두고 내 곁에 남아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기쁨도 좋았다. 그것들을 기대함과 동시에 글을 더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글을 쓸 때마다 부담으로 다가왔다.

4화까지 쓰고 나니 ‘이쯤에서 그만 쓸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니 멈추면 그만이었다. 좋아요가 많은 것도, 독자가 많은 것도 아니니 멈추더라도 아무 문제없지 하는 유혹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금 멈춘다면, 그 사실 하나로 스스로에게 상처 줄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밥을 먹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나는 힘들면 도망가는 사람이야’, ‘고작 한 달 해보고 포기하면서, 뭘 잘할 수 있겠어?’하는 생각들로 스스로를 괴롭힐 것 같았다.

멈추는 대신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는 높이 올라가 있어서 자꾸 턱과 가까워졌다. 두어 번 심호흡을 했다.


대단히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올라간 어깨도 내려놓았다.
아트러너 활동이 끝날 때까지 힘을 빼고 계속 연재를 이어나갈 것이다.


그림공장 롭쓰 연필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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