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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첫 문화예술 기획, 상상이 현실이 된 순간

뚝딱 만드는 모루인형 체험 부스

아트러너 체험부스 프로그램
제안서 제출 요청

24년 3월부터 용인문화재단 아트러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용인문화재단 담당자 2명과 아트러너 55명이 가입한 비공개 네이버 카페가 있다. 공지사항, 앞마당 일정 등 다양한 소통을 하는 곳이다.

5월 17일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르네상스 광장축제’에 참가할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안해 달라는 글이었다. ‘희망자에 한하여’라는 단서도 달렸다. 글을 읽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뜻임을 이제 잘 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신갈오거리 축제와는 다른 형식이었다.

그때는 플랜포히어라는 문화예술 기획팀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기획 회의에 참여하여, 준비하는 과정을 도운 것뿐이었다.

이번에는 아무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는 것이다. 무엇을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네이버에 ‘축제 프로그램’, ‘문화 예술 축제’,  ‘축제 기획’ 등 다양한 키워드를 넣어가며 찾아봤다. 유튜브에도 ‘시민 축제’, ‘축제 부스 기획’등 신나게 검색했다.


한, 두 시간 검색했을까?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었는데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관심을 기울이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만들기 키트가 있었다. 과학키트, 미술, 공예키트, 수학까지 분야도 다양했다. 마음만 먹으면 재밌고,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 여름, 운동장 한가운데서 펼쳐질 ‘르네상스 광장축제’를 떠올리며 여러 가지 기획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부채 만들기가 좋아 보였다. 종이부채의 앞, 뒷면에 미술활동을 할 수 있고, 더운 여름 잘 활용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한 번쯤 해봤을 흔한 프로그램 같았다.

두 번째는 투명 선캡 만들기를 찾았다.

축제 때 바로 사용할 수도 있고, 투명한 부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비즈나 반짝이는 스티커를 붙여 꾸밀 수 도 있으니 재밌을 것 같았다.

우선 이것으로 마음에 결정을 했다.




제안서 제출기한이 조금 남았기에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길을 걷다가도, 유튜브를 보다가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가도 틈틈이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떡볶이를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앞에 서있는 학생 가방에 달린 손바닥만 한 인형이 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물었다.


축제에서 저런 인형 만들기 하면 어떨 것 같아?
재밌을 것 같아?

괜찮을 것 같은데?
여자애들은 인형 좋아하잖아

집으로 돌아와 ‘축제 인형 만들기‘ 등 비슷한 검색어로 찾아봤다. 알고 보니 그 인형은 모루철사로 만든 DIY인형이었다.

딱!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모루인형 만들기를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제안서 양식을 다운로드하여 작성했다.

재료의 종류와 수량, 샘플 사진, 구매처, 예상 재료비 등 1시간이 꼬박 걸렸다. 축제 참여 인원을 확인하고, 참여 횟수별로 재료 수량을 정하고, 총재료비를 산정하니 뭔가 진짜 기획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신이 났다. 숫자가 들어가는 부분은 2번씩 계산하며 정확히 작성했다. 그리고 미련 없이 제안서를 메일로 발송했다.


제안서 발표날이 되었다. 생각보다 떨려고, 긴장되었다.

얼마후  용인문화재단 담당자가 전화로 선정소식을 알려주었다.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신이 났다. 그런데 이상했다. 막상 선정되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안 좋아하면 어쩌지?
주문한 재료들이 모두 남아 버리면?
열심히 챙겼지만, 누락된 재료가 있어서 축제를 망친다면?

기획한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부담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긴장한다는 것, 두렵다는 것은  성장하는 직전 기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뚝딱 모루인형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사전 워크숍을 진행했다.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아트러너가 축제시간 동안 체험부스를 운영해야 한다. 부스 운영을 위한 회의를 하고, 미리 준비한 모루인형 재료를 점검하고, 함께 만들어보면서 워크숍을 마쳤다. 혼자 할 때는 막막했던 일들이 함께 하니 선명해져 갔다.

우리는 모루인형 만드는 영상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축제 당일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따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였다. 집으로 돌아와 영상을 편집하면서 생각했다. 만들기 순서지를 만들어 미리 놓아두는 것이다. 제법 준비가 철저한데? 혼자 씩 웃으며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용인 르네상스 광장축제’가 시작되었다.

축제는 6월 27일(목)부터 6월 30일(일)까지 (구) 용인종합운동장에서 펼쳐졌다.

축제 첫날, 평일 오후라 사람들이 없을까 봐 걱정했지만,‘뚝딱 모루인형 만들기’ 체험부스는 예약인원으로 가득 찼다.

상상만 하던 기획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걱정과는 달리 재밌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그동안의 수고가 결실을 맺은 것 같았다.

4시간 부스를 운영했지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에 긍정에너지를 듬뿍 받고,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https://bit.ly/3XCmd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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