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주인공은 하루하루 자고 나면 얼굴이 변한다.

‘뷰티 인사이드’ 영화 속 김우진을 만나다(1부)

5월은 아이디어스의 연중 매출이 최고인 달이다. 기념일이 가장 많은 5월, 고객들은 아이디어스에서 핸드메이드 제품의 선물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4월 중에 입점하여 바로 5월의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총 24건의 주문이 들어왔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흩날리는 벚꽃을 볼 새도 없이, 황금연휴를 즐길 여유도 없이, 작업실 책상에 앉아 신나게, 원 없이 인물화를 그렸다.


판매 그림의 크기는 대부분 B6(128*182mm)이다. 스케치와 채색을 포함하여 3~4시간쯤 걸리는 작업이라 최대 하루에 2개를 그릴 수 있다. 5월의 넘치는 주문으로 매일 1개 이상은 그려야 했다. 하루하루 그려질 사진을 받아 구도를 잡고, 몰입하여 관찰한 후, 세밀해서 그려나갔다. 성별도, 나이대도, 생김새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을 하루하루 받아서 매일 그리다 보니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남자 주인공(김우진)이 떠올랐다. 하루하루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변하게 된다는 설정의 영화였다. 한 달 동안, 24명의 김우진을 만났고,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첫 번째::: 한 번에 10명의 김우진을 만나다.

“가족사진이 없어서요. 혹시 개인 사진을 보내드리면 모아서 가족사진으로 그려주실 수 있나요?”

첫 주문을 받은 지 3일째, 두 번째 주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즈음 받은 반가운 메시지였다. 지금까지는 의뢰자가 보낸 사진을 그대로 색연필로 그리는 작업을 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잠시 스쳤다.

“어르신들의 사정이 있어서 3대가 모두 나온 가족사진을 찍기 어려워서요. 부탁드려요!~”

그림 의뢰를 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인데, 사정이 있고, 가족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는 말에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르신 댁 한쪽 벽에 내가 그린 그림이 걸린다고 생각하니 유명한 갤러리 전시회라도 열리는 듯 세상을 다 가진 기분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우선 사진을 보내주시면 가능 여부를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사진을 기다리는 동안 차분히 생각해보니 가족사진의 포즈로 인물을 한 명씩 그려 넣으면 어떨까 생각되었다. 그리고 바로 사진이 도착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자녀로 보이는 두 명과 서로의 배우자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20년도 더 된 빛바랜 사진이었다. 그리고 손주의 사진 4장이 차례로 도착했다. 모두 최근에 찍은 사진이었다.

“10명이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지면, 사진의 시대가 너무 달라서 어색하지 않을까요”

적잖게 걱정이 되어 여쭤보았다.

“어르신들은 젊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걸 좋아하셔서 괜찮아요.”

하셨다. 막막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잘해보고 싶었다.

“네.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가족사진 구도로 설정하여 사진 보내드릴 테니 확인해주시고, 마음에 드시면 스케치 시작할게요”

“감사합니다”

“네, 정말 의미 있고,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대망의 두 번째 주문을 받게 되었다.


낯선 사람을 그림을 통해서 만나는 일도 소중한 일인데, 그분의 가족까지 10명을 한 번에 만나는 일은 오랫동안 인물화 작가를 하더라도 다시 만날 수 없을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 있고, 소중한 기회라 생각했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빛바랜 사진으로 섬세한 그림을 그려내는 게 아쉬웠고, 아직 스케치 과정이지만 각기 다른 포즈를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사진관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그림으로 그려질 것을 기대했던 것 같다. 조금 속상하고, 아쉽기는 했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스케치한 후, 사진을 찍어 보냈다.

:::가족그림의 스케치를 보낸 후 대화:::

확인 메시지를 받고 바로 채색을 시작했다. 개별 사진을 모아 그렸기에, 전체가 어울리도록 신경 쓰며 그려 나갔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즐거운 기대감이 들었다. 같은 색연필 인물화 작업이라 생각했는데 그리는 즐거움은 모두 색달랐다. 그려놓고 보니 제법 가족 그림처럼 보였다. 완성본의 확인을 받은 후 의뢰자분이 같은 서울에 살고 계셔서 A2 사이즈(420*594mm)의 큰 그림을 액자에 넣고, 정성껏 포장하여 직접 찾아갔다. 그림을 넣은 종이백을 현관문 손잡이에 걸고 난 후,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기대를 잔뜩 하고 간 소개팅에서 말이 잘 통하고,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한 기분, 결혼 날짜를 잡은 후 힘든 준비를 모두 끝낸 결혼식 전날 같은 기분이 들어서 지금 내가 걷고 있는지, 부웅 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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