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영화 속 김우진을 만나다(2부)
엄마, 우리도 강아지 키우면 안 돼요? 제발요!
초등학교 3학년, 10살 외동아들은 주인과 산책을 나온 강아지를 볼 때마다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눈으로 이미 안된다는 대답을 열 번쯤 들었음에도 다시 묻는다. 그때마다 강아지 털이 비염에 얼마나 해로운지, 강아지와 함께 살기로 한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기에 포기해야 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를 구구절절 다시 이야기해준다. 태어나서 오랫동안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어쩌다 받게 된 식물도 몇 달 살지 못하고 처지 곤란이 된다. 나 하나 허기를 달래주고, 목마름을 해소해주기도 버겁게 느끼며 살다 보니, 반려견, 반려묘를 한 가족처럼 대하며 사는 것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두 번째:::귀엽고, 사랑스러운 김우진에게 흠뻑 빠지다.
오후 10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알림 메시지, ‘색연필 인물화 작품 주문이 접수되었습니다’가 도착했다. 의뢰자 한분이 한꺼번에 2개를 동시에 주문한 건 처음이었다. 보내주신 사진 2장을 보고 나서 ‘아! 그래서 2개를 주문하셨구나!’하고 생각했다. 함께 키우고 있는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한장은 반려견과 여자분 또 한장은 반려견과 남자분의 사진이고, 남매인 듯 보였다.
반려견은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복종심이 강하다는 흰색 털을 가진 진돗개였다. 인물화를 주로 그려왔기에 동물을 그려본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여자분 그림을 먼저 그리기 시작했다. 흰털과 검은색 반짝이는 눈동자, 아기의 보드라운 살결 같은 피치색의 귀, 코를 그리다 보니 ‘이름이 뭘까?’ 하는 작은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여자분이 반려견을 바라보는 표정이 너무나 포근하고, 애정이 가득 담겨있어 사진만으로도 얼마나 반려견을 아끼고, 사랑하는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남자분 사진을 그리기 시작하자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두 번째 사진 속 반려견은 하트 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흐릿하게 글씨가 보였는데, 아마도 이름표 목걸이인 듯했다. 반려견을 양손으로 안아주듯 일으켜 세워 앞발이 들린 채 함께 정면을 보고 있는 사진을 자세히 관찰하며 정성껏 그려 나갔다. 빨간색 이름표 목걸이와 빨간색 개줄이 흰 털과 대비되어 진돗개의 용감하고, 맹렬함이 더욱 느껴졌고, 까많고 커다란 눈은 오랜 세월 속에 눈꺼풀이 쳐져서 선해 보였다.
한참 신나게 그리고 있는데 의뢰자 분에게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하트 목걸이에 ‘구름’이라고 적혀있으니 그림에 꼭 표현해 주었으면 하셨다. ‘우리의 마음이 통한 걸까?’ 신기해하며, 그림 속에 ‘구름’ 글자를 새겨 넣었다. 이름을 알고 나니 구름이와 살짝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두장의 사진에 모두 등장한 구름이를, 하루 동안 두 번 그리다 보니,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구름이와 친해진 것 같고, 가까운 곳에 살면 만나보고 싶다는 낯간지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아들의 지속적인 설득에도 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동물을 키우는 일이 아이들의 정서에 좋다는 것도 동감하지만 맞벌이 직장인 이기에 아들이 학교에 가있는 동안은 강아지가 오랫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안될 만큼, 아들이 지금 다시 묻는 다면 “그럴까? 엄마도 강아지가 좋아졌어!”라고 대답할 것 같아 당분간 산책은 자제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