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받은 그림을 정성껏 그리고, 선물처럼 포장한 후, 작품을 택배로 발송하면, 나의 역할은 끝이 난다. 그림을 받은 후 마음에 들어 할지 여부는 온전히 의뢰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실 너무나 궁금하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다고 사실대로 말할 사람도 없을 것 같고, 있다 해도 실제로 듣는다면 상처를 받을 것이 분명하기에 떠나보낸 그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5월 6일:::
메시지가 도착했다. “한 장의 그림에 3명을 그려줄 수 있나요?”, “포즈를 바꿔서 그려줄 수 있나요?” 등 여러 가지를 질문을 받았다. “포즈 바꾸는 건 안 해봐서요. 잠시만요”하고, 성급하게 답했다. 그리고 연습 삼아 그려 본 후 “가능합니다”라고 답변했지만, “고민해볼게요”라는 답변이 온 이후 주문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너무나 미숙하게 응대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5월 22일:::
그분의 주문이 접수되었다. 정말 고민 후 선택해 준 것 같아 기쁨이 더욱 컸다. 7세 귀여운 여자 아이의 사진이었고, 상반신 전체를 그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화질의 구도가 좋은 사진이라 그리는 동안 막힘없이, 기분 좋게 끝까지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었다. 별도의 구매후기는 없었지만 내 마음에 쏙 들게 그려졌기에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6월 19일:::
“고양이도 가능한가요?” 다시 그분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이 인물화 주문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도착한 메시지이기에, ‘혹시 재주문 일까?’하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가능합니다"라고 답했고, 주문이 접수되었다.
세상에! 입점 3개월 만에 재주문 고객이 생기다니,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다. 생의 첫 주문을 받았을 때만큼이나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기쁜 사심이 투영되어 더욱 정성을 기울여 그림을 그렸다. 두 번째 그림도 '역시'라고 느끼길 바라면서...
:::고양이와 고양이 장난감 그림:::
:::7월 10일:::처음 겪은 일은 아름다운 기억이 된다
“혹시…이 사진도 가능할까요?” 재주문했던 그분의 메시지였다. 4인 가족이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이었다. 처음으로 재주문을 해준 소중한 분이기에 무엇이든 안될 리 없었다. ”가능합니다” 답했고, “구매 시 연락드릴게요”답장이 왔다. 아직 입점 3개월 차 초보 인물화 작가인 나를 기억하고, 다시 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까지 생겼다.
처음 겪은 일들은 무엇이든 평생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어른이 된 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게 된 순간, 고되고, 치열한 직장생활을 견딘 후 처음 받은 달콤한 월급,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고, 비행기를 타고, 한 번쯤 꼭 가고 싶었던 나라로 떠나는 여행, 어쩌면 그분을 그것들보다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기억 속에 간직될 것이다.. 미숙했지만 마음만은 뜨거웠고, 그림에 대한 열정과 패기가 가득했던 그때, 진심으로 나의 그림을 알아봐 준 그분이 있어서 정말 든든하고, 행복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