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앨 Dec 24. 2023

크리스마스에는 슈톨렌

조그마한 나라의 운명입니다. 네덜란드의 음식 중 많은 것이 독일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크리스마스 때 먹는 두툼한 빵 슈톨렌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네덜란드의 슈톨렌은 (네덜란드 발음으로는 스톨른) 케아스트스톨 (Kerststol)이라고 하고요. 스톨의 복수형이 스톨른이 됩니다.

100년이 된 고급 빵집 “Huize van Wely”의 미니 슈톨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슈톨렌빵 생각에 기뻐하는 남편 덕에 저도 그 매력에 빠졌는데요. 찾아보니 독일이 기원이라는 설이 주네요. 하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15세기부터 이 빵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네덜란드의 전통이기도 합니다.

빵집마다 맛이 달라 비교해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단출한 빵 한 장에 마가린을 발라 점심으로 먹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건포도가 한 무더기 들어가고 아몬드를 쓰는 마지펜까지 있는 케아스트스톨은 “럭셔리”빵입니다. 건포도가 드문드문하면 “건포도 사이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겠다”는 표현으로 건포도가 너무 적다고 투정한다네요.

건포도샤워 (출처: 네덜란드베이킹박물관 bakkerijwiki.nl)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건포도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먹을 것이 없는 길고, 춥고, 어두운 겨울에 달달하게 말린 건포도만큼 즐겁고 반가운 게 없었겠죠.

그래서인지 네덜란드 사람들은 건포도 빵을 많이 먹습니다. 북동부지역에서 특히 더 많이 먹는다네요. 우리나라 모닝빵처럼 부드러운 동그란 빵이나 약간 단단한 식빵에 건포도가 콕콕 박혀있습니다. 여기에 버터니 마가린을 발라먹거나 치즈를 올려 먹습니다.

식사대용으로 할만하죠? (출처: 위키피디아)

슈톨렌을 슈톨렌답게 하는 건 아무래도 마지펜입니다. 아몬드와 설탕을 갈아 만드는 마지펜은 마치 앙금이나 양갱이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너무 달았는데 먹을수록 근사한 맛이 나요. 마지펜을 좋아하는 저희 부부는 마지펜이 있는 쪽을 마지막에 먹습니다 ㅎㅎ 가끔 저렴한 아몬드 향신료 (익스트렉트)를 쓰면 인공적인 맛이 강해집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저렴한 슈톨렌에는 아몬드대신 콩을 쓴다니, 앙금과 비슷하게 느껴는 게 이유가 있네요.

 

두툼한 빵에 건포도 한 무더기에 설탕과 견과류가 합쳐진 마지펜까지, 그 칼로리가 무시무시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겨울의 눈을 연상시키는 슈가파우더도 뿌려줍니다. 빵에 버터가 들어가 부드러우니 버터를 또 올려먹으면 풍미가 더 진해집니다. 그러니 버터도 발라줘야죠. 명절 때 살이 찌는 건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지펜 나올 때까지 두껍게 썰어야죠 ㅎㅎ

하지만 네덜란드 슈톨렌은 독일버전보다는 저칼로리랄까요. 대부분 건포도를 술에 담근다거나 알코올에 절이지 않아요.

기독교의 영향아래 생긴 빵인지 부활절과 성령강림절에도 같은 빵을 먹습니다.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는 이틀입니다. 25일과 26일이 모두 크리스마스이고요 26일은 ‘두 번째 크리스마스날’이라고 합니다. 이렇다 할 크리스마스 전통은 없지만 커피와 함께 아침이나 간식으로 이 슈톨렌 한 조각 먹습니다.


아주 묵직하고 두꺼웠던 벽돌같은 슈톨렌이 한 조각 한 조각 없어지다가 갑자기 다 없어져버리는데요. 그쯤이면 그렇게 맛있었던 빵도 그만 먹을 때입니다. 그러면 또 새해를 밝히는 또 다른 빵 “올리볼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가 더 궁금하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북반구 겨울이 지겨워질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