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지겹도록 이어지던 여름날이었다.
마스크 너머로 새어나오는 한숨소리가 사랑누리 거실을 가득 채웠다.
"선생님, 코로나 끝나면 워터파크 가요."
혜정씨가 오래된 앨범을 넘기며 말했다. 사진 속에는 물놀이를 즐기던 지난날 모습이 가득하다.
"튜브 있는 미끄럼틀 타고 싶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영장에서 놀고 싶어요!"
대현씨와 주영씨가 두 손을 모으며 간절하게 외쳤다. 눈동자는 동그랗게 떠있고, 목소리엔 애타는 그리움이 스며있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사회복지사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음은 잘 알지만 소원을 이루어드리기란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였다. 대문밖외출을 금하고 있고, 학교도 못가는 상황이었다. 정부 방역지침은 여전히 엄격했고, 장애인복지시설은 외출 자체가 조심스러웠다.
그때 김선생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워터파크를 직접 만들어볼까요?"
순간 거실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김 선생님을 바라봤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진짜 워터파크는 못 가도, 여기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요?" 내가 물었다.
"마당에 있는 경사로 보셨죠? 거기에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시작된 브레인스토밍. 사회복지사와 이용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매트 깔고 그 위에 비닐 깔면 어떨까요?"
"비눗물도 부으면 더 잘 미끄러질 거예요!"
"튜브는 창고에 있던 걸 쓰면 되고..."
불가능을 모르는 사랑누리 선생님들이 생각해낸 계획은 점점 구체화되었다. 마당 경사로에 매트를 깔고 그 위에 두꺼운 비닐을 펼친 다음, 비눗물을 부어 미끄럼틀을 만드는 것. 선생님이 위쪽에서 튜브를 탄 이용인을 밀어주기로 했다.
사랑누리 워터파크 개장일.
여름 햇살이 마당을 뜨겁게 내리쬐는 가운데,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작 후 가장 크게 웃었다.
"우와! 진짜 워터파크 같아요!"
진영씨가 튜브에 앉으며 소리쳤다. 김선생님이 큰 체구로 체중을 실어 튜브를 밀자, 쑥 미끄러지며 환호성을 질렀다.
"으아아악! 재밌어요!"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었다. 웃음소리가 담장을 훌쩍 넘어서며 온 동네에 퍼져나갔다. 몸은 여전히 금지선 안에 갇혀 있지만, 우리 마음만큼은 자유로웠다.
"선생님, 저도요! 저도 태워주세요!"
영희씨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어서 호영씨도, 다른 친구들도 줄을 섰다.
서너 시간을 신나게 놀고 난 뒤에도 아쉬움은 가시지 않았다. 진영씨가 마지막으로 튜브 위에 앉았다.
"선생님, 한 번만 더요!"
이미 체력을 모두 써버린 김선생님. 땀으로 범벅된 셔츠를 훔치며 말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에요!"
그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며 튜브를 밀었다. 그 순간 균형을 잃고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첨벙! 비눗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엎어진 김선생님 앞에서 진영이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선생님이 더 재밌어요! 하하하!"
김선생님도 비눗방울을 훔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남지 않았지만... 정말 행복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하얗게 불태웠고, 마음엔 보람이라는 따뜻한 재만 남아있었다.
팬데믹이 앗아간 자유를 우리는 다시 찾았다. 거창한 시설이 아니라 마음과 정성으로. 제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랑누리 가족들과 함께라면, 어떤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