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jeong Jan 05. 2023

일 단계에서 STOP

뭐가 그렇게 좋아!

직장 건물 1층에는 기둥 사이사이 7개의 큰 쓰레기통이 있다.

쓰레기통 뒤져서 뭔가 가져가는 사람들을 하루에 한두 번 본다.

재활용할 수 있는 병, 캔, 페트병을 수거해서 지정장소에 가져가면 한 개에 백 원씩 계산해 주기 때문에

그런 물건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오늘 본 호주 아저씨라고 하기엔 나이가 있어 보이고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젊어 보이는 사람이

쓰레기통에서 빵을 주워 비닐봉지에 담았다. - 1단계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2단계: 요즘에도 음식을 주워 먹는 사람이 있다니!

3단계: 더운 여름에 쓰레기통 음식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일 텐데 괜찮을까!

4단계: 일손이 부족한 곳이 많은 요즘 일을 하면 좋을 텐데 어쩌다 저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5단계: 혹시 마약을 하느라 돈도 없고 정신도 오락가락하는 건 아닐까!

마음이 답답하고 한숨도 나왔다.


주차장에 갔다.

주차 공간 옆 잔디밭에 많은 새가 모여 뭔가를 먹고 있다. 자세히 보니 빵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그것을 먹느라 새들이 분주해 보였다.

그런데 앞에 걸어가는 사람을 보니 잠시 전에 쓰레기통에서 빵을 주었던 그 남자였다.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보니 텅 비어있었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매일 쓰레기통에서 먹을 만한 음식을 골라 봉투에 담았던 마음이 뜨거운 사람이었다. 그 따뜻한 일을 위해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쿨한 사람이었다.

이번 주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드려야 할 일이지만 나의 영어 실력으로 가능할까 생각하다가 문법과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 단계에서 생각이 멈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람을 겉으로 보고 판단해버린 나의 어리석음에 반성문을 쓰고 싶다.

약국에 선물로 들어오는 많은 간식 중 새들이 먹을 만한 것을 챙겨서 그 남자에게 전해줘야겠다.


P라는 친구와 약속이 있었는데 1시간이 지나도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처음에 걱정했고 급한 일이 생겼겠지, 나중에 연락이 오겠지 생각하며 약속 장소를 떠난 적이 있다.

그때 K라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묻길래 상황을 설명했더니 P라는 친구가 K에게도 그런 적이 있다면서 사과도 안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거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나에게도 뻔히 그렇게 했을 거라며 거리를 두고 다음에 만나자고 하면 거절하라고 했다.

그래도 P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고 차라리 나와의 약속을 잊어버렸다는 대답이 오기를 바랐다.

다음날 P에게 전화가 왔다. 약속 장소로 가던 중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으로 갔고 머리 수술을 했고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거나 듣기 전까지는 타인의 말에 흔들림이 별로 없는 편인 나는 오늘 쓰레기통 아저씨를 보며 혼자 추측했던 불미스러운 일의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나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피곤할 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에 생각을 포개고 혼자 북 치고 장구까지 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컨디션 관리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체크하며 북이라도 제대로 치려면 연습 잘해야겠다.

등 따습고 배부르면 뭐든 잘 굴러간다. How are you Jane? 매일 안부를 잊지 말자.



한 줄 요약: 보이는 것만 보자. 더 이상의 생각은 오해일 확률이 높다.

이전 10화 None of your business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