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일.
현미 떡국으로 아침을 먹고 1시간 후에 동네 한 바퀴 만 오천 보 정도 걷자는 남편.
해가 뜨거워서 싫다고 했다.
평소에는 혼자 잘 걷는 남편이지만 휴일에는 어떻게 해서든 함께 걸으려고 궁리를 모색 중.
나무 그늘이 시원한 산으로 가자고 했지만, 차로 30분 운전이 내키지 않는지 동네 한 바퀴와 등산을 놓고 우리는 서로 대치했고 방향 결정을 위한 가위바위보를 제안했다.
첫판에 내가 이겼는데 삼세판이었다며 우기는 남편. 두 번째도 남편의 바위를 보자기로 감싸며 2판 2승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 등산 하기로 했다.
Tamborine National Park.
산 이름이 탬버린이라서 그런지 발걸음을 뗄 때마다 찰랑찰랑 흔들어대던 탬버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토끼처럼 깡충거려야 할 것도 같고 엉덩이도 흔들어 볼까 말까 망설이며 앞 뒤로 보는 눈들이 있는지 살폈다.
호주의 산은 대부분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구석구석 나타난다.
산 입구도 한두 명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고 걷는 길도 양방향 한 명씩 다녀야 할 정도로 아주 좁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렸다. 한국이었으면 새해 첫눈 일텐데 눈이 내린다고 생각하며 걸었다.
발 밭에서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아니라 삐지지 질척 삐지지 질척 소리가 났지만, 뽀드득 소리라고 우기며 걸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가 큰 팜 트리 숲으로 고목들이 많았다.
큰 나무들 밑에는 사람이 들어가도 될만한 공간이 동굴처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곳도 있었다.
고목들이 쓰러져 등산로를 막으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만 남겨놓고 나무를 재단하듯 잘라서
쓰러진 그대로 산속에 머물게 하는 배려가 여기저기 보였다.
인심 좋은 고목에는 다른 종류의 식물들이 기생하는데 쓰러진 나무에 살던 식물은 나무가 죽은 줄도 모른 채 여전히 싱싱하고 푸르네.
언젠가 방송에서 보았던 죽은 어미 고양이 품에 있던 새끼고양이가 생각났다. 그 새끼고양이는 어미가 왜 그렇게 긴 낮잠을 자는지 어미 고양이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어쩌면 저 식물도 지금은 자신의 터전이 상실되어 가는 줄도 모른채 서 있던 나무가 누워서 물소리가 가깝게 들려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매미 소리가 귀를 찢을 것 같아 귀를 살짝 막고 지나쳤다.
후회 없이 울어라. 맘에 쏙 드는 신붓감을 만날 때까지.
돌덩이들 잘 이용해서 건너편으로 건너야 했다. 이 험한 산을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있네!
남편이 왠지 방귀를 뀌는 모습 같아서 찍어보았다.
얼마나 올라가야 햇빛을 볼 수 있을까? 누가 누가 더 큰지 내기할까?
손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팜 트리.
뭐라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요?
빗길을 오느라 아이들 옷이며 신발, 하얀 피부까지 흙이 낙서해놓았다.
한 줄 요약: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잠시라도 추위를 잊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