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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l 31. 2023

한 겨울에 핀 매화꽃

호주 이야기

매화는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면 잎이 다 떨어져서 나무가 외롭고 추워 보인다.

그때쯤 나무를 전지 한다. 새로 다가올 봄에는 좀 더 단정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기 위함이다.

해마다 매화와 우리는 무언의 약속을 한 것처럼 한겨울인 7월이면 텅 빈 나뭇가지들을 한 농부(유*브)의 설명에 따라 자르고 다듬는다. 6월~8월이 겨울인 이곳에 그것도 한겨울인 7월에 매화꽃이 핀다.

이번 겨울은 참 낯설다. 낮과 밤의 기온이 23도~25도 정도 차이 나는 날이 이어지다 보니 매화나무가 계절을 착각할 만하다. 따뜻한 봄인 줄 알고 꽃망울을 밀어내놓고는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과 찬 공기로 밤을 아프게 보내고 있다. 버티고 있는 여린 꽃이 가엽다.

작년 나뭇잎 사이로 올해 꽃이 핀다.

지난해의 흔적을 버리지 못하고 말라가는 나뭇잎은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떨어져야 하나 붙어 있어야 하나 망설인다. 마른 나뭇잎 사이사이 여백에 새로 핀 꽃이라! 빈집인 줄 알고 이사 갔는데 전 주인이 아직도 살고 있어서 일단 함께 지내는 것처럼 어색하다. 그 모습을 보니 나이 많은 배우가 젊은 사람의 역할을 할 때의 부자연스러움처럼 마주하기 어려운 시선을 허공으로 던진다. 화장이나 분장으로 완벽하게 가리지 못한 나잇살과 주름처럼 바싹 마른 지난해 나뭇잎 사이로 피어난 매화꽃이 어색하고 안타깝다.

매화나무는 해마다 같은 기온임을 알아차려서 봄임을 확신하고 꽃을 먼저 줄기 밖으로 밀어냈으리라.

누구의 탓인지도 모를 현실이 슬프다.


감기 환자가 급증하는 요즘 사람도 견디기 힘든 기온 차이를 식물인들 어떻게 이겨낼까!

겨울이면 생을 마감하는 단년생 꽃인 데이지꽃도 계절을 잃어버린 듯 더 아름답게 피어있다. 꽃이 말라서 떨어지고 씨앗을 떨구고 봄이면 새로 싹을 틔우는데 꽃이 마르지도 떨어지지도 못하고 싱싱하게 아름답게 계절을 잃은 채 피어있다. 휴지기를 가져야 할 시기에 저렇게 싱싱하게 아름다우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고단한 꽃들의 삶이 안타깝다. 사람도 백세시대를 사는데 꽃도 단년생에서 다년생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은 아닌지!

겨울에 데이지꽃을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하루의 질서가 깨지고 계절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해서 낮에는 반소매 차림이고 밤에는 완전 겨울 복장이다.

크리스마스 꽃으로 유명한 포인세티아꽃은 자신의 계절임을 알고 빨갛게 노랗게 건강하게 피었다.

마당에 꽃과 나무들이 계절을 잃어버리고 길을 잃었지만, 오직 이 포인세티아만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계절을 잘 지키고 있다. 낮에 기온이 아무리 올라가도 겨울을 지키는 포인세티아를 보니 겨울꽃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겨울을 정확히 알고 봄의 탈을 쓴 계절에 속지 않고 화려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어서 멋있다.

우리에게도 많은 어머니가 언제나 그 자리에 한 사랑으로 묵묵히 세월을 살아내는 것처럼 포인세티아도 똑똑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겨울꽃의 포인세티아를 등대삼아 나머지 식물들도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시간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 줄 요약: 정신 차리자! 속지 말자! 나만이라도 제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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