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중성지방 약을 먹으라는 의사의 말에 매일 만 보를 걷겠다며 나와 딸에게 약속했다.
며칠 걷더니 발에 물집이 생겼다. 우리는 남편이 포기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약 바르고 밴드 붙이고 2주 넘게 하고 있다.
금요일이 day off인 나에게 남편은 자신이 걷는 거리가 약 10km 정도라며 아침 설거지도 해주며 같이 가자고 작업을 걸었다.
유산소 운동 겸 먼저 걷고 와서 하체 운동을 할 생각으로 따라나섰다.
우리 동네도 그렇고 대부분 동네 산책은 여자 혼자 걷기에 약간 불편한 점이 있다.
집마다 거의 큰 개들을 키우기 때문에 담 가까이 와서 짖으며 혹시라도 담장을 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자서는 걷지 않았다.
날씨도 화창하고 해도 뜨겁지 않아 걷기에는 참 좋은 날이었다.
남편은 그동안 걸으며 집들의 특징을 기억하고는 화단이 예쁜 집, 전망이 좋은 집, 우리도 심고 싶은 꽃이 있는 집을 설명하며 걸었다.
나무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우체통, 로봇을 닮은 우체통, 마차 모양의 우체통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과 마주치면 서로 웃어야 하므로 입꼬리는 항상 올릴 준비를 하고 걸어야 한다.
마당에서 나뭇가지를 정리하던 한 남자가 굿모닝~
우리한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코리아라고 했더니 와이프가 태국 사람이라서 혹시 하는 생각에 물어봤다며
호주에 사는 것이 행복하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다. 마음속 답답함을 어찌 다 설명하겠는가! 그것도 영어로.
오르막이 꽤 긴 지점이 나왔다. 남편은 이 구간을 2번 왕복으로 걷는다며 같이 하자고 했다.
개인적으로 내리막을 선호하지 않는 나는 차라리 스쿼트를 300개 하자고 했다.
남편의 표정을 보니 하고 싶지 않으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순간 다시는 동행하지 않을 나를 걱정해서인지 스쿼트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100개 단위로 하자고 했더니 그렇게 할 경우 걸어서 집까지 갈 자신이 없다는 남편은 30개씩 3세트를 하고 100개씩 3세트를 끝낸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리가 풀린다며 걷다가 휘청 했던 남편을 본능적으로 내가 잡았다. 괜찮냐고 했더니 다리님이 떨려서 걷기가 힘들다고 했다. 뒤에서 오던 차가 우리를 보았는지 차를 세우고 괜찮냐, 도움이 필요하냐, 집까지 태워다 줄까? 물었다. 우리는 집도 거의 다 왔고 괜찮다고 했는데 정말이냐고 다시 묻는 운전자.
물어봐주어서 고마운데 정말 괜찮다고 인사했다.
앵무새들이 뭔가를 열심히 먹는 모습도 담고 말과 소를 키우는 집도 있었다.
담장도 대문도 없는 집을 지나 걷는데 순하게 생긴 큰 개가 짖지도 않고 우리를 지켜보았다.
순간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순간에 머물지 못하고 당장 갈 수도 없는 과거의 공간을 아쉬워하며 시간을 보내는 나를 다독였다. 현재로 돌아오라는 내가 만든 주문을 속삭였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짠~~ 현재로 이동.
현재를 벗어날 때마다 외치고 외치리라~
한 줄 요약: 건강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한 상태이므로 운동을 할 때는 몸과 마음을 함께 운동시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