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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Oct 28. 2022

골프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운동 배우는 것,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중 제일 어려운 운동이 골프다.

라운딩 시간도 길고 18개의 홀의 길이, 구조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장애물로 내리막, 오르막, 모래밭, 크고 작은 호수들 등이 있다. 장애물에 말려들지 않고 잘 치고 싶지만, 그곳에는 귀신에 살고 있음이 분명했다.

특히 물을 넘기려고 친공은 물귀신이 쳐놓은 덫에 풍덩 빠지는 일이 초보 때는 정말 많았다.

골프채도 기본 14개 정도를 거리나 공의 위치에 따라 바꿔야 하고 홀까지의 거리 계산, 바람의 방향과 강도에 따라 다르게 써야 한다.


그린에 올라온 공을 홀에 넣기 위해 퍼터를 가지고 걸어가며 거리를 계산하고 라인을 읽는다. 굴곡과 속임수를 피하려면 강약 조절과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정말 생각대로 배운 대로 되지 않는 운동이 골프라서 인생과 가장 닮은 스포츠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골프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과 함께 운동하려니 어려운 점이 많다.

1년 회원권을 등록하면 연중무휴 하루에 18홀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남편은 한 달에 한두 번 5~6개월 정도 지나면 핑계를 대며 좀처럼 잡히지 않는 미꾸라지가 된다. 그래서 연 회원권은 몇 번 가입했다가 요즘은 여기저기 다니며 가끔 친다.


이번 라운딩은 퀄리티 최상급 코스라고 불리는 골드코스트 로열 파인이다.

18홀 라운드 가격은 $83(7만 6천 원) 정도, 카트 포함 가격에 캐디 문화는 없다.

전체 27홀이 있고 국제 대회도 열리는 코스다.


첫 번째 홀부터 주변에 온통 물귀신들이 있지만 잘 지나갔다.


두 번째 홀은 모래밭이 많기도 하고 크기도 제법 커서 반대 방향으로 드라이버를 칠까 생각했지만, 그쪽은 나무가 많아서 세컨 샷이 쉽지 않았다. 남편 공은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난 모래밭과 정면 승부를 통해 모래를 피해 보려고 쳤지만, 모래밭 둔덕에 맞은 공은 탄력을 받아 데굴데굴 구르더니 호수에 풍덩.

생각한 대로 공이 떨어진다면 잠깐 행복하겠지만 흥미는 좀 떨어지지 않을까?


우리나라에 겨울이 찾아오면 가끔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호주로 왔다.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로봇이 치는 것처럼 타깃으로 정해놓은 자리 주변에 떨어졌다.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세 번 만에 홀에 넣어야 하는 파3, 홀에 가까이 붙어서 버디를 했다. (1점을 여유로 획득한 상황임)

버디 친구는 보기(1점을 오버한 상황)라는 말이 있다. 전 홀에서 버디를 하면 기분도 좋고 다시 한번 버디를 노리는 나는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결과는 보기나 더블보기(2점 오버한 상황)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다.  


골프 코스의 주변은 대부분 개인 집들이 많고 가까이 있어서 공으로 그 집이 파손될 경우는 변상해야 한다.


큰 나뭇가지를 자른 곳에서 새로운 큰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청출어람일까! 아니다 본 나무는 부모 같고 새로 자란 나무가 자식들 같아 대견스러워 보였다.

이번 홀은 경사도 심하고 물도 많아서 어디로 쳐야 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다음 홀은 남편만 쳤다. 흑조들이 얼마나 시원하게 헤엄치는지 그들 재롱에 빠져 ~~

호수 옆에서 쉬고 있던 펠리컨을 찍고 돌아서는데 펠리컨이 날개를 폈다. 얼마나 크던지 사진을 찍으려 좀 더 가까이 가자 날아가벼렸다.




 이번 홀도 어디로 치든 호수 쪽으로 경사가 있어서 공이 물놀이 할 확률이 높음.

그나마 집들이 좀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다음 홀은 왼쪽에 있는 것으로 보아 집들이 가까이 있을 것 같다. 기왕이면 예쁜 지붕을 골라 공을 한 번 날려볼까 생각했지만, 나의 실력이 아직은 불가능하므로 연습을 선수들처럼 하고 다음에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지붕을 때리는 날이 온다면 줄행랑~~





대충대충 치는 남편 때문인지 점점 닮아가는 나도 산책 겸 피크닉왔다 생각하고 많이 걸었다.

카트는 서로 타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한테 늘 져주는 남편(내편) 때문에 4시간 정도를 신나게 걸은 날.





마지막 홀을 마치고 남들처럼 볼 뽀뽀와 잘 쳤다는 인사를 끝으로 로열 파인 코스를 마무리했다.



한 줄 요약: 18홀 안에 축소해 놓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희(기쁨)와 락(즐거움)으로만

바꿔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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