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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r 03. 2023

소리의 사유

사는 이야기

앵무새가 힘차게 노래할 때, 새벽 5시 알람은 아직 자고 있다.


동트기 전 은백색의 공기가 저벅저벅 다가오면 막내 고양이 수수가 이슬을 밟지 않으려고 까치발 들고 다가온다. 핑크빛 구름이 은색의 바람을 밀어내며 황금빛 길을 만든다.

그 순간 앵무새는 나뭇가지 한 자락을 붙들고 그네를 탄다.



여러 종류의 새가 서로의 언어로 안부를 물어오자 입꼬리 올리는 소리로 그들에게 안부를 보낸 나는 하루의 문을 연다.

마당 가득 노란 조명이 켜지면 새들은 아침 식사 시간, 그래서 잠잠하다.

그들에게도 개구쟁이가 있는지 한두 마리의 조잘거림이 가끔 들린다.


자신의 이름이 안개꽃인 줄 알고 있는 엘리섬.(alyssum)

지난밤 어둠을 이슬에 담아 햇살에 건넨다.


빨간색 빙카(vinca)를 심었던 작년, 올해는 빨간색과 벚꽃색 두 마음으로 속삭인다.

아마도 흰색 빙카와 빨간색 빙카가 결혼해서 우리 집에 신혼살림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빨간색 옆에 씨가 떨어져 새로 태어난 흰 핑크빛의 빙카는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나의 카메라에 녹음한다.


춘향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캘리포니아 강아지 꽃은 (California poppies) 화창한 아주 쨍쨍한 해가 나타날 때만 꽃 문을 연다. 구름에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해, 어딘가에 있지만 목소리만 들리는 해 앞에서는 절대로 입도 뻥긋하지 않는 모습에 춘향이의 한마음을 올려본다.



안방에서 핸드폰 소리가 남편이 일어났음을 알리고

북쪽 방에서 첫째 고양이 콩이와 딸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른다.

안개처럼 피어나는 커피 소리가 나풀거리며 그들을 데려온다.

식탁 위에는 냉장고에서 꿀잠을 자고 나온 망고와 자두가 요플레와 트들이 우리 이야기를 접시에 담는다.


우당탕 출근 준비 중인 딸이 차에 시동을 건다. 둘째 고양이 보리가 배웅 인사로 야옹거리며 자갈 위에서 뒹군다.

오늘을 시작하는 알람들이 넉넉하게 다가온다.

인지하지 못하고 흘러가 버릴 수도 있을 감사함이 들려온다.


한 줄 요약: 귀를 열어보세요. 앵무새 소리 들리시나요?

흘러가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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