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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n 05. 2022

월동준비

기다림을 잊어버릴 때쯤


겨울이면 건너집 굴뚝에선 늘 아지랑이 열기가 올라왔다. 나무가 잘 마르고 상태가 좋다는 말과 같다고 남편이 그 집 굴뚝을 보면 늘 부러워했다.

마주치면 인사만 하는 정도로 서로 이야기는 해본 적 없지만 나무를 어디서 구입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마트 다녀오는 길에 건너집 문 앞에 갔는데 노크를 하지 말아 달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예민한 사람들일까 생각하다가 약간 큰 소리로 Hello~ 했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났고 문이 열렸다. 안면은 있으므로 인사 후 용건을 말했다. 그들은 아들 집 마당에 나무를 정리하면서 창고에 쌓아 두었다가 몇 년째 사용하고 있다며 지역 신문에서 찾아보라고 했다.


4월 초부터 겨울 준비로 땔감 나무를 여러 군데 알아보았다.

지역 신문에서 나무 판매하는 여러 곳에 전화했다. 우리가 필요한 아이언박이라는 나무와 일반 나무가 반반 씩 섞이고 잘 건조되었는지 큐빅당 가격과 운송비,  배달 가능 날자 등을 문의했다. 알아보고 연락해 준다고 하더니 모두 답이 없었다. 또 다른 연락처에 문자를 남기고 다른 연락처와 통화를 하고 기다리다 5월이 되었다.

기다림은 늘 거의 모든 제품에서 비슷하게 생기는 일이다 보니 그러려니 해야 한다. 성질 급한 사람이 호주에 와서 살다가는 펄펄 뛰다가 화병으로 죽을 거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한다.


그런데 작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개인이 나무를 작업하는 회사에서 사다 팔거나 집에 나무가 많아서 판매를 하거나,  도로 공사하면서 나오는 나무들을 실어다가 파는 경우가 많다.   

업체에서 나무를 파는 경우는 처음이라서 일단 문자했다. 답변이 금방 왔다. 나무는 있고 큐빅당 $150 운송비 $30이라고 했다. 언제쯤 배달가능한지 물어보았더니 내일이라고 답장이 왔다. 순간 혹시 사기 아닌가 싶어서 결재 방법을 물어보며 너희랑 처음 거래하는 거라서 입금은 나무를 받은 후에 하고 싶다고 했다.

대답은 당연하다 나무를 싣고 가다가 사고가 날 수 도 있고 변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나무 받고 맘에 들면 결재 하라고 했다. 호주에서 이렇게 빠른 답면이 오고 간 것은 처음이고 배달이 다음날 된다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주문한 사실을 거의 잊어버릴 때쯤 배달이 온다.

냉장고를 구입했을 때는 3주 정도 후에 받았고 주방용 스탠드식 의자를 주문했을 때는 두 달 만에 도착했던 기억이 있다. 택배가 와도 상자를 열어서 물건을 확인하기 전에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언제 주문했는지 거의 기억이 사라져 갈 때쯤 ' 아! 내가 이거 주문했었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번은 건강식품을 주문했는데 2달이 넘어도 도착을 하지 않아서 결재도 끝난 상태이므로 확인을 했다. 직원의 대답이 배달이 시드니로 잘못 가서 돌아오는 중이니 더 기다리란다. 휴~

그럼 대부분 사람들은 okay 하고 기다린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이해하기 정말 쉽지 않았다. 사업을 어떻게 이렇게 할까부터 이렇게 해도 망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영업이 신기했던 적이 있었다. 대부분이 그런 식이고 익숙해지다 보니 우리도 적응이 된듯하다.


좀 마른 편이지만 정말 착하고 순하게 생긴 호주 아저씨가 나무를 가지고 왔다. 나와 남편은 그를 도와서 나무를 함께 내렸고 정리 했다. 우리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그가 물었고, South Korea라고 했더니 서울에 가본 적이 있다며 음식 이야기, 사람들 친절함과 안전한 나라 등등 나무를 내리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그가 떠났다.

나무를 사용해보니 그동안 샀던 나무들 중에 최고의 상태였다. 잘 말라서 연기도 거의 없고 화력도 좋고 불 피우기도 수월해서 남편은 해마다 그 회사를 이용하겠다고 했다. 드디어 우리 집 굴뚝에서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BTS 뮤직 비디오에 등장한 한옥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지고 수출이  이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은 한옥마을을 조성 중인 지역도 있다는 뉴스도 보았다. 우리나라의 보일러 기술이 전 세계의 건축회사에서 콜이 오기를, 호주에서도 시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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