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에서 몇천 원 하는 패션프루트(passion fruit) 나무 두 그루를 사서 2년 전에 심었다.
오래전에 두 그루 심었지만 가뭄이 심해서 말라 죽었다.
패션프루트는 덩굴성 식물로 열매의 색깔이 보라색과 노란색 두 가지가 있다.
패션프루트는 개당 $2불 정도에 판매되며 가격대가 엄청 비싼 편이다. 보라색 열매는 신맛이 약간 강하고, 노란색은 새콤달콤하며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노란색으로만 심었다.
올해 열매가 열렸으나 앵무새와 까치들이 먼저 먹기 시작했다.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열매를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서 지켜보았더니 열매를 부리로 쪼아서 땅으로 떨어트려 편한 잔디밭에서 쪼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귀엽고 예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먹고 난 열매의 껍질이 많아졌다.
남편은 아침 일찍 특히 바람 부는 날이면 자주 나무 밑에서 패션프루트를 주워 왔다.
나무 밑으로 문안하듯 하루에도 여러 번 다녀오는 남편, 간식 창고에서 달콤한 과자를 가져오는 아이들의 미소가 늘 그의 얼굴에 가득했다.
덩굴성 식물이라 큰 나무 밑에 심었는데 어찌나 높이 올라타며 열매를 맺는지 사다리를 이용해도 손으로 따기는 불가능했다.
열매 중에 씨를 먹을 수 있는 것들이 특히 영양이 풍부하다고 한다. 씨앗의 대표 열매가 견과류인 것을 보아도 맞는 말 같다. 이 패션프루트는 열매 속에 개구리알처럼 생긴 과즙이 많고열매마다 씨가 가득히 들어있다.
올해 첫 수확량으로 새들이 먹은 것까지 계산해 보면 약 60~70개 정도였다.
단감 역시 호주에서는 귀한 과일이다.
첫째 가격이 엄청 비싸고 단감 자체를 모르는 호주 사람이 많아서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는 대답이 많다.
단감에 대한 낯섦이 사람뿐만 아니라 새들에게도 생소했었나 보다.
지난 몇 년간 한 번도 새가 단감을 먹지 않아서 끝까지 새들에게 선물한 홍시가 나무에 오래도록 매달려 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며칠 전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데 대문을 열자 놀란 앵무새 떼가 갑자기 감나무에서 무리 지어 날아갔다.
올해 처음으로 감나무의 존재를 알았고 맛도 알았다는 듯 가까이 가서 보니 언뜻 보아도 10개 넘게 쪼아 먹었다. 새랑 나누어먹는것도 좋은 일이다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다음날 감나무를 보고 온 남편 얼굴에 실망이라는 비웃음을 잔뜩 담고 나를 불렀다.
노랗고 큰 감은 이미 앵무새들이 다 먹었고 이제 덜 익은 감까지 먹기 시작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 그렇다면 우리는 늘 유*브 박사님을 부르면 된다.
우리는 이미 단감 전문 농부들이 말하는 수확시기에 접어든 열매가 많았고 덜 익은 열매는 떫은맛 때문에 수확시기를 늦추어야 한다고 했다.
일단 노란빛이 돌기 시작한 모든 감을 땄고 푸른 감은 남겨두었는데 앵무새들이 다시 푸른 열매도 먹기 시작했다. 우리도 푸른 감을 따서 먹어보았더니 떫은맛이 전혀 없고 달기만 했다.
나머지도 모두 따고 새들의 식량으로 30개 정도 남겨두었다. 우리가 감나무에서 멀어지자 앵무새들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었는지 날아와 먹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연두색보다는 짙고 초록색보다는 밝은 털 빛깔의 앵무새도 보였다.
2년 전에 아랫집 호주 할머니가 지나가다 우리 울타리 옆에 차를 세우더니 이렇게 비싼 persimmon(단감)을 어떻게 이렇게 잘 키우냐며 자신도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비싸서 사 먹기 어렵다며 감을 자꾸 쳐다보았다. 단감 좀 줄까? 하고 물어보았니 갑자기 밝아진 표정에 비싼 건데 그래도 괜찮냐며 입꼬리가 눈꼬리를 잡을 듯 올라가기 시작했다.
감을 따오겠다고 하자 그녀는 Dragon fruit(용과) 줄기를 가져오겠다며 그녀의 집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용과 몇 줄기와 꺾꽂이할 수 있는 꽃을 꺾어다 주었고 크고 잘 익은 감7개를 따서 건네자 너무 많다며 좋아서 펄쩍 뛰고 싶다고 했다.
그때 심은 용과에 호박꽃처럼 크고 흰색과 노란색을 섞은 너무나 아름다운 꽃이 올해 처음 두 송이 피었다.
먼저 핀 꽃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었다. 드디어 오늘 그 귀한 하나의 열매를 특히 딸이 좋아하는 과일이라서 딸에게 양보하려고 했는데 우리들 입에 자꾸 넣어 주었다. 사서 먹은 용과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당도와 싱싱한 식감을 설명했다.
나머지 하나의 용과는 지금도 나무에서 익어가고 단감은 아직도 냉장고 야채 박스에 가득하다.
아침마다 3개씩 식전 과일로 먹으며 감사함이 온몸을 감싼다. 나무들에 거름 주고 가지치기하고 매일 안부를 물으며 사랑을 듬뿍 주는 남편의 정성이 더욱 소중하다. 감사한 추수의 계절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