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식탁에서 의자를 뒤로 빼거나
냉장고 문을 열 때나 2층으로 계단을 올라갈 때조차 항상 주변을 먼저 살펴보게 된다. 작거나, 큰 개 4마리가 좁은 집 곳곳에 누워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사람의 행동반경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눕고 싶은데 눕고 비켜 달라고 말해도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개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우리는 거의 2일에 한 번씩 장을 본다. 아니 다시 정정하면 2일에 한 번씩 장을 봐야만 한다.
냉장고 안에 음식들이 정말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 때는 요리를 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거의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 밖에서 해결하기 일쑤였던 나는 성인 3명이 하루에 세끼씩 (잘) 먹으면 음식이 이렇게 빨리 소진된다는 사실과 그리고 요리를 하고 먹고, 치우는 일이 이렇게 하루 종일 걸리는 일임을 이곳에 와서 처음 느껴보았다.
나는 하루 동안 밭에서 있는 시간은 고작 2~3시간 밖에 안되는데 오히려 나머지 하루의 대부분은 요리하고, 먹고, 치우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매번 마트를 가던 우리가 주말을 맞아 오늘은 토요일마다 열리는 로데브의 시장에 신선한 채소를 사기 위해 나섰다. 오랜만에 북적북적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니 나도 약간 흥분해 있었다.
괜히 불어로 알고 있는 채소가 보이면 외친다.
“가지다”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응, 가지는 정원에 있어 2달 뒤에 먹을 수 있을 거야”
난 생각한다
‘두 달 뒤엔 난 없는데, 이곳에서는 난 고작 한 달밖에 있지 않을 텐데’
“체리다”
아저씨는 또 말한다
“2주 뒤에 익어 있을 거야”
그럼 또 난 생각한다
‘과연, 2주 뒤에 내가 먹을 만큼 익어있을까?’
내가 심고, 가꾼 채소들을 나는 얼마나 먹어 볼 수 있을까? 조금 슬픈 상상을 하며 시장을 구경했다.
이것저것 살펴보던 크리티앙 아저씨는 화이트 와인에 조린 홍합탕을 먹자고 제안하셨다.
빵이 아니라 정말 오랜만에 먹는 해산물이라니, 너무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울랄라"를 크게 외쳤다.
빵을 정말 사랑하는 나는, 빵을 간식으로 즐겨었지, 주식으로는 살아보지 않아 조금은 힘이 들었나 보다. 빵이 아닌 다른 음식을 보면 이렇게 반가워하니 말이다.
추가로 직접 만든 감자튀김에 시장에서 산 살구로 만든 파이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먹고 이후에 치우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루 종일 삼시 세 끼를 고민하고 만들고 먹다 보니
내가 이렇게 요리를 하고 먹는 것에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뭘 먹을지 고민하고, 무엇을 넣으면 내가 원하는 맛이 날지 도전해보고 결과물을 먹을 때의 기쁨까지
그 모든 과정이 하나하나 설레는 일의 연속이다.
아무튼 기대하며 맛본 크리스티앙 아저씨의 살구 파이 너무 시다.
살구가 원래 이렇게 신 과일이었나?
살구랑 파이가 안 어울리는 것인가?
한 조각 겨우 먹으며
나는 생각했다.
“역시 파이는 수잔 아줌마 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