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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두리 May 28. 2021

지금 쓸 수 있는 한 문장에 집중하는 이유

좋아하는 일일수록 오래 즐기고 싶으니까



최근 직장동료에게 형부가 생겼다. 직장동료의 어머니께서 딸, 사위와 함께 밥을 먹고 온 날, 신기해하며 말했다고 한다.

“너랑 하는 짓이 똑같냐~ 후루룩 먹는 것도 아주 똑같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한 동료의 모습에 웃고 있다가 내 경우도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마침 함께 일하는 세 명이 모두 자매여서(셋 중 나만 언니 포지션을 맡고 있다.) 남은 한 명에게도 그러냐고 물었다.

“글쎄...“라고 갸웃했지만, 이미 내 결론은 ‘언니들은 동생과 비슷한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남편과 동생은 낯을 가리는 것, 결정을 어려워하는 것, 좋아하는 건 아껴먹는 것까지 닮은 부분이 많다. 그 중 나도 닮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내는 힘이다. 둘은 쉽게 시작하고 항상 즐기는 태도의 나를 부러워하지만 시작만큼 포기도 빠른 나에게 그들의 지구력은 최대 장점으로 다가온다.

남편은 야구를 좋아한다. 시즌 중에는 퇴근 후 항상 야구중계를 본다. 본경기와 채널별 하이라이트까지 보고도 휴대폰으로는 메이저리그를 챙긴다. 주말에는 사회인 야구단에서 선수로 직접 야구를 즐긴다. 언제부터냐고 물으니 초등학생 때부터란다. 매일 보는데 지겹지도 않냐고 잔소리를 하지만 20년이 넘는 동안 변함없이 ‘취미는 야구’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사실 부럽다.


비슷하게 동생도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체육 관련 진로를 선택하지 않은 걸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더니 취미로 시작한 수영으로 인명구조자격증까지 땄다. 자격증 교육 때 3미터 깊이의 풀에서 숨은 차고 기운은 다 빠져서 정말 죽겠구나 싶었단다.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있을 땐 스트레스 해소와 몸매 관리를 위해 요가를 했는데, 지금은 강사가 되어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하고 있다. 요가를 하면서는 한동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자꾸 몸을 비틀어서인지 잘 먹질 못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버티며 해냈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한계에 달하거나 열정이 식어가는 순간에 마음을 놓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끈기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가만 보면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고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습성이 있는 듯하다. 이들은 미래의 거창한 무언가를 바라며 일하지 않는다. 현재 해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배지영 작가님은 모두에게 한 가지 미션을 주셨다. 자신의 글을 모아 책을 내는 것. 그날 밤 나는 책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 좀만 더 나아가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강연회를 다니고, 어떤 사인을 할 지 그리고 있을 게 뻔해 더 이상의 상상은 그만두었다. 첫 에세이 한편을 겨우겨우 써낸 후였다.

나는 억지로 예전의 도전들을 기억해냈다. 가장 최근은 아들의 생일에 엄마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맛보게 해주겠다며 베이킹 도구를 이것저것 산 일이다. 생일날 우리는 빵집에서 파는 펭수케이크에 초를 꽂았다. 사실 동생과 비슷한 시기에 나도 수영을 시작했다. 땅 위에서 느낄 수 없는 그 해방감과 운동 후의 개운함에 빠져 매일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열정은 딱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지금은 어떤 글을 쓸까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오늘의 이 상황을 이렇게 써볼까 저렇게 써볼까하는 흥분감을 애써 모르는 척 하려고 한다. 동생과 남편이 그러하듯 좋아하는 만큼 아껴두는 마음을 조금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일수록 오래 즐기고 싶으니까. 내일부터는 어떨지 모르지만 오늘은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지금 쓸 수 있는 한 문장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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