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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시하는 라이프

by 김정완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는 그야말로 퍼블리시하는 삶을 살고있다. 아내는 죽림주간의 이야기를 가공해 멋진 콘텐츠로 만들어서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있고, 나는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다. 굉장히 시골스럽고 사소하고 현실적인 일상을 보내는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처럼 온라인 플랫폼과 강하게 연결된 삶을 살고있다. 온라인에서 스스로 만족감을 얻기위해서 이 현실 인생을 열심히 살고있는 것은 아닌가, 어느쪽이 더 동기부여가 되는지 그 원인을 짐작할 때는 그런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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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깝게 지내고있는 이웃 부부와 만나서 한참동안 온라인 포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더 꾸준하게 열심히 퍼블리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들도 최근 부부 채널을 유튜브에 하나 만들었고, 앞으로 퍼블리시할 컨셉을 정했으며 첫번째 포스팅을 바로 어제 올리자마자 우리에게 카톡으로 그 사실을 알렸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유튜브 50개를 올리고 구독자 몇만 달성하기. 벌써부터 꽤 신나고 설레어하는 그들을 보니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정말로 현실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레디플레이어원> 영화에서는 부정적으로 연출되었지만, 이웃 부부나 우리 부부와 같은 이정도 밸런스라면 오히려 삶이 더 알차고 부지런해지며 더 열심히 살아갈 긍정적인 힘이 생긴다.


예전에 썼던 <애자일 방식으로 한옥 리모델링하기>에서 언급했지만 애자일 개발방식과 일반적인 개발방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품출시의 빈도와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만든다고 하면 그것이 제법 완벽할때 그때서야 조심스럽게 출시하는 편이지만, 애자일 방식은 그렇지않다. 제품이 지금 허점 투성이라도 핵심기능(MVP) 조건만 충족이 되었다면 곧바로 퍼블리시하고 고객들로부터 빠른 피드백을 받아야 그 이후의 업데이트의 질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퍼블리시가 늦어지면 제품의 완성도는 올라갈 수 있을지라도 고객의 피드백이 늦어질수밖에 없고, 제품은 무엇보다 고객이 원하는 방향이어야 하는데 결국 고객이 사용하지도 않을 기능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시간을 허비하지말고 정말 필요한 작업을 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2010년대 초, 스타트업에서 모바일앱 서비스를 만들면서 애자일 개발방식을 접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당시 우리는 그렇게 빠른 출시와 반복되는 수정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디지털기반 제품들을 만들었고, 덕분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이후의 내 삶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단 해보고 나중에 결과를 확인한다
일은 가급적이면 공개적으로 한다
피드백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방과후수업으로 학생들을 지도할때도 비슷한 일이 있다. 각자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생각의 과정을 기록하고 그것을 공개하게 한다.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레퍼런스를 찾고 모으는 과정, 중간에 진행방향을 틀게된 이유, 그리고 프로젝트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디지털 노트에 기록하게 하고 정기적으로 지도교사에게 퍼블리시하게 한다. 디자인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보통 한장짜리 이미지인 경우가 많은데, 그 결과물만 제출하는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담은 노트도 함께 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하면 평가자에게 노트를 돋보이게 만드느라 일이 많아져 힘들어질 수 있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 노트는 최대한 다듬지않고 막 쓰게한다.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은 남에게 평가받고 보여지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내 작업과 생각을 정리하고 밀고나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라고 최대한 설명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퍼블리시.


그럼에도 잊지말아야 할 것은 건강한 밸런스이다. 현실의 깊이와 고민이 빠진 디지털 환영(幻影)은 일시적으로는 멋져보일지라도 결국 허무함이 느껴진다. 현실에 기반을 둔 내공이 있어야 디지털,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그 멋짐이 발산되고 어느 누군가에게 전해진다. 일과 삶을 균형있게 살자는 워라밸이라는 말처럼, 현실의 삶과 온라인에 퍼블리시되는 삶이 서로 견제하거나 도와주어 결국엔 두가지 모두 이전보다 나은 각자의 자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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