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메이커스, 두번째 이야기
한밤중에 자다깨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계속 만드는 이유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쓰기만 하는 삶을 살지않기 위해서라고.
천재나 발명가만 그렇게 살 수 있는건 아니다. 용기를 주기 위한 말이 아니라 정말로 누구나 그렇게 살 수 있다. 만들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천재같은 발명가가 되는것도 가능하다. 매일 아침마다 오늘 메뉴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하는 가정주부 역시 마찬가지다. 혹시 같이 사는 엄마나 아내가 그렇게하고 있다면 그분의 노고와 성과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해주자. 분명히 스스로 별거 아니라고 갑자기 왜이래? 라며 의아해하겠지만 누군가 이미 만들어놓은 것들만 쓰고 이미 정해진 길만 따라가는 인생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있다.
'창작'이라는 이 쪽 궤도에는 또 무엇이 떠다니고 있을까 생각해봤다. 이 궤도 반대편에는 소비하는 인생이 있다. 그 쪽은 다른 사람이 시킨대로 일하고 공부하며, 휴식할 때는 누가 이미 만들어놓은 것들(넷플릭스, 숏폼, 게임, 쇼핑할 물건)을 내것이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삶도 나름 재밌을 수 있겠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창작'이라는 궤도 근처에서 노는것이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한다. 깊은 밤 자다깨서 생각해보니 '창작' 근처엔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그렇지. 뭔가를 만들면 그걸 가지고 같이 떠들고 나누고 즐겨야지. 유튜브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변변치않은 내 일상을 굳이 촬영하고 편집해서 브이로그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해야 한다. 조회수와 좋아요 숫자의 기준을 너무 높게만 잡지 않는다면 창작자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만약 뜨개질을 해서 작은 파우치를 만들었다면 마켓 플랫폼에 올리거나 직접 들고나가서 판매할 수도 있다. 그렇게 판매하는 행위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창작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서로 물고 물린 관계. 그럼 이 두개말고 또 뭐가 없을까? 여전히 잠이 오질않아 곰곰이 더 생각해보니 하나 더 있다. 바로 '자기발전'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나면 조회수, 판매결과,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관찰한다면 느끼는게 있다. 그럼 자연스럽게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지", "저 부분을 조금만 다르게 해봐야겠군"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창작때 반영하게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실력은 늘게되고 그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조금 더 성공적일 수 있다.
창작 - 소통 - 발전 - 다시 창작 - 소통 - 발전 ...
숙소를 열고 얼마 되지않았을 때 경기도 일산에서 어떤 가족이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성인 자녀들 이런 구성이었는데 아버님과 한옥 리모델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렇게 기분좋게 헤어졌다. 몇달후에 갑자기 그 아버님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왔고, 잘 지내냐며 간단한 안부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렇게까지 사적으로 연락이 왔던 손님은 없었기때문에 (지금까지도 없다) 조금 놀라웠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1년에 한두번정도 직접 쓴 시를 카톡으로 내게 보낸다. 그러다가 얼마전에는 오랜만에 안부인사를 주고받다가 지금까지 본인이 직접 쓴 시 여러개를 출력해서 택배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이 분을 보면서도 생각해본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행복해보인다. 미약한 실력으로 만든 뭔가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그곳에서 기쁨과 보람을 얻고 다시 또 창작에 기웃거리는 삶. 이런게 좋아보이고 재미를 느끼는 나는 이런분을 보면서 다짐한다. 나도 평생 뭔가를 계속 만들면서 살거라고.
2023년에 썼던 글,
<호모 메이커스, 그리고 SNS>
https://brunch.co.kr/@keemjungwan/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