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V쇼에서 자주 보았던 게임이었나 그랬을 거다.
풍선이 계속 부풀어 오르며 그걸 여러 사람이 차례차례 돌리다가
어느 한 사람 순서에 운나쁘게 빵~ 하고 터지는 그런 게임.
회사를 다니다 보면 특히 조금 '오래'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여러 폭탄들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나 똑같은 생각이다.
나 때만 터지지 마라.
내 옆에 놈이든, 내 다음 놈이든,
누가 터지든 상관없고
나 때만 안 터지면 된다. 는 생각.
특히 남은 기간이 길지 않은 분들의 생각이 특히 그렇다.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굳이..
폭탄이 눈앞에 있지만
폭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급급하지
누구 하나 폭탄을 제거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폭탄을 잘못 건드리다가 해체에 실패하여
폭발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게 내 목숨이 위태로운 일이면 더더욱...
결국 건드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그대로 두었을 때의 위험률에 비하여 현저히 높다는 이야기이다.
근데 참 웃긴 건
게임에서의 폭탄(타이머)이나 풍선은 부풀고 커지는 게 눈에 보여서
긴장감이 커지고 언제 터질지 짐작이라도 되지만
이런 회사 안에서 굴러다니는 폭탄들은
언제 터질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괜히 벌집을 쑤시는 것보다는
내 차례에만 터지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버티는 게 낫다는 이야기이다.
나도 이제 평사원을 거쳐 팀장이라는 직책이 되었다.
이제는 권한이 없어서 해결할 수 없다는 핑계도 마냥 댈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근데 팀장도 되고 보니 딱히 할 수 있는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다.
사원일 때야 팀장만 되면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했지만.
팀장은 또 다른 역할일 뿐 내 위에 상사는 그대로이고
결국 팀장이래 봤자 대단하게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위치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물론 변명이다.
일단 할 수 있는 선에서 시도라도 할 수 있는 게 팀장이다.
하지만 나 역시 선배들이 물려준 폭탄을 들고
이를 또다시 후대에 물려줄지
지금이라도 제거를 해야 될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참 인간의 고약한 습성과도 같다.
무엇이 문제인지 뻔히 알면서
불평불만은 수없이 내뱉으면서
정작 근본적인 것은 바꾸지 못하는 현실이 말이다.
휴..
결국 폭탄 돌리기를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생각된다.
첫째는 오래 있을 생각이 없는 경우,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 구태여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
둘째는 이미 과거부터 잘못되어 오던 일, 굳이 내가 나서서 해결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
왜냐면 회사는 문제가 생기는 순간 (이럴 때만) 과거는 묻지 않고 현재 담당자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 내에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동료들이, 후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모른다.
잠시 머물다가는 자리일지라도 나로 인해 남들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걔 중엔 이미 오래전부터 물려받은 악재들도 있겠지만...
내 잘못도 아닌 일을 내가 굳이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심정도 이해는 된다.
그래도 가능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시도해보고자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성격상 업무 관련해서는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고 하고,
물론 잘 된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목숨이 위태롭지 않은 선에서 조금씩 변화를 줘보고자 노력한다.
적어도 내 대에서 이 굴레를 끝내야지라는 거룩한 생각까지는 아니지만
이 회사에 뼈를 묻으리라 결심했기에(정년 보장해주신다면..)
어차피 나에게 닥쳐올 일, 하나씩 해결해 보고자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냥 오늘은 문득 새삼 주변에 돌아다니는
그리고 내 앞에 놓인 폭탄들을 보며 한숨이 나오길래 끄적여본다.
과연 무사히 제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