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에서의 인간관계
오늘의 주제는 친구(인간관계)다.
초, 중,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직장 친구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조직에 속하면서 여러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는 다른 것과 비교해 어떤 한계점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도
상기와 같은 각각의 친구에게서 어떤 거리감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느끼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 내에서 친구, 인간관계란 것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근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로 많이 선회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조직 내 상하관계라는 것이 있기에 특히 리더나 상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중심이냐 일 중심이냐에 따라서 많은 것이 변화하므로 한 번쯤 고민해보면 좋을 듯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친구들은 말 그대로 순수한 의미의 '친구'들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떠들고 놀고 어울리는 그런 동네 친구들..
그러던 것이 대학교에 올라와서는 그 친구의 느낌이 미묘하게 바뀐다.
즉, 같은 '반' 친구와 같은 '과' 친구는 무언가 다른 느낌인 것이다.
우선 '반'과 '과'라는 울타리가 다르다.
'반' 생활을 하는 경우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는 반면
'과' 생활을 하는 대학생의 경우 수업에 따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말 그대로 절친 몇 명과 수업을 맞추어 생활하는 것뿐.
결국 대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면 그 교류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과는 엄밀히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느껴지는 거리감이라는 게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사는 지역도 제각각, 학교에서만 만나고, 방학이 되면 따로 만날 일이 없고
남자들은 군대를 가게 되고 더더욱 거리가 멀어지는 친구들
지금도 결국 대학교 친구는 동기 몇 명뿐이다. (물론 애초에 친구가 잘 없다;;)
결국 대학교 시절은 학교 내에서만 잠깐 스쳐 지나가고 걔중에 친한 사람 몇 명 있고
학교를 벗어나서는 어울리지 않는,
지금의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와 어린 시절 인간관계의 중간 정도 단계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순수히 개인적인 기준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제 사회생활,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우선 중,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의무교육에 따라 강제?로 자율의지 없이 모였기에
모두가 똑같은 입장의 동료라는 동질감이 있었던 반면,
직장은 개인의 선택과 또 돈벌이라는 별도의 목적을 가지고 모였기에 동료애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즉, 직장은 모인 취지도 그렇고 같은 회사 내에서, 같은 팀 내에서도 각자의 손해와 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각자의 생계가 걸린 적자생존의 법칙이 난무하는 전쟁터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때로는 배척하고
팀워크보다는 자기가 돋보이는 쪽을
문제가 생기면 해결보다는 자신의 책임 회피를
도움 안 되는 사람보다는 도움 될 것 같은 사람에게 좀 더 다가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어느덧 친구라는 표현은 약간 어색해지고 지인이라는 표현에 익숙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직장 내에서 기존의 학창 시절과 같은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직장 내에서 그런 인간관계 자체가 필요할까?
사실 이것이 이 글의 제일 근본적인 질문이다.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흔히 요즘 MZ세대일수록 직장은 생계수단일 뿐이고 회사에 대한 애착심과 애사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면접 때 평생직장이라는 주제로 질문을 했을 때 대다수가 아주 당당하게 평생직장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는 대답이 의외로 많았다.
(물론 세대를 떠나서 어떤 회사든 애착심과 애사심 가지기는 누구나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인간관계는 더더욱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와 개인의 삶을 철저히 분리하고, 근무시간 외에는 철저히 개인의 삶을 지향하며 회식을 기피하고 직장 내 동료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회사 내의 사람은 직장 내 관계자일 뿐 내 인생의 인간관계와는 철저히 구분 짓는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물론 보통은 사내에서는 다들 웃으며 서로 인사하고 반기고 친하게 지내지만 회사를 벗어나면 약간 개인적으로 덜 만날 뿐이다. 친하지도, 안 친하지도 않은 그런 관계 정도.
난 가끔 회사 내 지인들에게 물어본다. 회사 내에서 친한 사람 있는지.
또 회사 내에서만 친한지 개인적으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친한 사람이 있는지.
혹여 그런 구분이 잘 안 된다고 할 때에는 이렇게 물어본다.
'회사 그만두더라도 너 장례식장에 와줄 만한 사람 있는지..' 말이다.
사람은 같이 일을 해봐야 그 사람에 대해서 안다고 했던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해도 일로 부딪히면 '어, 이 사람 이런 사람이었었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사실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무런 손해와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관계에서는 그저 좋은 관계만 유지하면 되고 서로의 감정에만 신경 쓰면 되지만 일은 그렇지 않다.
일은 감정을 배제하고 결과에만 치중된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유발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와 좋지 않은 앙금을 남긴다.
결국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이 직장 내에서는 약간 다르게 통용된다. 일도 적당히 잘하고 인성도 좋은 사람이란 뜻으로 말이다.
결과적으로 일과 인성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첫인상이 참 좋네'
'사람은 좋은데 업무 역량은 별로야.'
'쟤는 영 아니야.'
로 바뀌어 가는 것은 직장 내에서 순식간의 일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과연 직장 내에서 일이 우선인가? 사람이 우선인가?'
라는 것이다.(특히 상하관계에서)
우선이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비중을 어느 정도로 두어야 할 것이냐는 의미이다.
각자의 비중에 따라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일단 개인적으로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면 세상이 너무 삭막하다고 느껴진다.
회사는 내가 할애하는 시간으로 봤을 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 삶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가족, 친구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같은 부서 직장 내 동료다.
그런데 일만 하고 한마디 개인적인 이야기가 없다면 직장생활이라는 내 삶의 일부분이 대단히 삭막해질 것 같다.
또한 업무란 것은 공감대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 단순 지시형태의 일은 특히 요즘 젋은 세대들의 업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일이라도 신뢰가 밑바탕이 된다면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비중이 커진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가 너무 밀착되면 업무에 있어서 공과 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실제로 너무나 친한 사이이면서 상하 관계에 있던 팀 동료가 업무적인 지시와 수행에 있어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경험해 보았다.
그런 사례도 겪어 봤기에 인간관계와 일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회사생활에서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반대로 일이 우선인 경우 업무적인 부분은 명쾌하다.
겉으로 크게 불만 내색도 없이 사무적으로 응대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신뢰관계가 쌓이기 힘들고 업무에 대한 서로의 진정성 있는 생각을 공유하기가 힘들다.
회사니까 일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회사라는 게 어디 일만 하면 되는 곳인가. 개인사도 생기고 개인 고충도 생기기 마련이다. 신뢰와 믿음이 있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차이는 장기적은 성과를 봤을 때도 차이가 생길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 문제는 옳고 그름과 정답은 없다.
회사생활을 한 15년 가까이해보니 정답이 없더란 말이다.
물론 나는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신뢰와 믿음을 쌓은 다음에 일에 대한 공감을 얻는 타입이고, 최근에도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할 때 인성을 위주로 보긴 한다. (업무는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지만 인성은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상대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도 그런 것을 좋아하면 그 또한 합이 잘 맞는 좋은 팀워크가 될 수 있다. 상대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하여 문제 삼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주면 될 뿐..
그래도..
나는 회사 내에서 너무 선을 긋지 말고 조금은 열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해오면서 지금까지도 일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해왔다. 일은 우리 의사에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들이지만 관계라는 것은 우리가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는 것이고,
관계가 불편할 때 오는 어려움은 일의 어려움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인생
다 같이 먹고살아야 되는데
서로 힘들게 하지 말고
조금 이해하고
양보하고
너무 팍팍하게 살지 말자고...
아. 물론 일은 지장 없게~~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