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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Dec 05. 2023

본인 잘못으로 돌리지 마세요

그대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3주 전 극심한 우울증상을 겪으며 세상은 회색으로 바뀌었다. 어떤 사건이 시발점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가기 싫은 장소는 다름 아닌 직장이었다. 그제야 나 자신을 방치하고 한동안 불편한 환경에서 지냈다는 것을 알아챘다.


회사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다.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클라이언트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고 있는 중소기업이었다. 다만, 난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에 감싸여 병들었다. 항우울제를 먹게 되기까지 말이다.


상담 의사를 만나 최근에 있었던 일을 진술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문제였다. 유능한 부하 직원의 열정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직속 상사의 피드백이 나를 짓눌렀다. 기존에 해 왔던 업무가 아닌 점,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문화 차이를 겪는 점, 부서 인원수가 적다 보니 늘 혼자라 느낀 점......


제가 부족한 거 같아요.


힘 빠지고 의욕 없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었다. 옆자리에서 업무를 보는 상사가 낮은 소리로 한숨을 쉬면 가슴이 철렁거렸다. 혹시나 방금 보낸 자료를 보면서 답답한 숨소리를 내는 게 아닌지 두려웠다.


그룹웨어에 상신한 자료에 오타가 있어 수정 피드백을 받을 때면 자괴감에 빠졌다. 우울증세가 극도로 치닫는 날에는 주변 사람들이 몰래 수군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저런 능력 없는 사람을 팀장으로 데려오다니…” 같은 중압감이 숨을 조였다.


그 말미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1화에서 송유찬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공황장애에 대해 상담을 나누던 중, 의사 선생님이 건넨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가 ‘모자라다’, ‘부족하다’ 그렇게 얘기한 적이 있나요?


아니,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스스로 비하했던 것이다. 반복하는 업무를 진행하지만, 매번 다른 프로젝트라 항상 피드백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언어, 문화, 경험 상 모르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나는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니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직까지 고민했다.


돌이켜보면 나도 한 때는 유능한 담당자, 믿음직한 리더라 불렸다. 그때 내가 잘했던 것이 무엇이고 맡았던 역할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지금은 잠깐의 방황을 거쳤을 뿐이지, 정말 자존감을 잃고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린 게 아니었다.


Fake It Till You Make It.(그런 척하면 그렇게 된다.)


물론 해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부서가 바뀌었다. 하지만, 나의 장점이 사라지고 약점만 남은 상황이 아니다. 업무 중에는 여전히 예전에 해 왔던 일들이 대부분이라 더 잘 해내고 꼼꼼히 완성하도록 노력할 수 있다.


대신 나를 쪼그라들게 만드는 것에도 대책이 필요했다. 첫째, 상사의 피드백은 대외 공개를 위한 것일 뿐, 나의 인생 정답이 아니다. 둘째, 부하 직원의 능력을 인정하고 업무내용을 지시한 뒤 확인하기. 셋째, 똑같은 실수는 줄이고 상대방의 피드백에서 알맹이를 찾아 배우기.


마음을 비우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지만, 한 분야에서 특출해 질 수 있다. 자책하지 말고 ‘잘못’이 아닌 ‘잘 못’하는 것은 과감히 양보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존감이 다시 돌아왔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멘트

   사람이 완벽할 순 없지

   다음에 잘하면 되지

   또다시 실수 안 하면 되지

   그 덕에 배우게 됐네

   성장의 기회로 삼자


photographer: oct.snow

https://www.instagram.com/p/Crp4veLhQcD/?igshid=MzRlODBiNWF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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