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막힌 담을 허는 이감언어 세번째 ❙ 표정언어 1

부정어

by 안종필 작가



표현력을 결정하는 요소들 중에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부정어와 의문문 표현법이다.

표현의 움직임에 따라 표정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미지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스타일도 표정과 표현에 의해 매듭이 형성되고 첫 인상을 기록해 나간다.

표현법 처리에서 결정적으로 나타나는 말투는 두갈래가 있다. 부정어(문)표현과 의문문 표현이다.

스피치 생태계의 진화와 퇴보를 구분짓는다.




성질 돋구는 부정어


그럼 부정어란 어떤 단어일까요?

부정의 뜻이 담겨있다.

이를테면 게으름, 바보,흙수저,슬픔,좌절,가난,불합격,배신,심판,루저, 지각,꼴찌,못생긴,못한다,안한다,없다 등등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고 있지요.

어둡고 칙칙하고 기운이 다운되고 성질 돋구는 단어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흔하게 듣기도 하고 내뱉기도 한다.

“게으른 상상력은 헛꿈만 키워 줄뿐이야”

위 문장을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N형과 P형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N형 “게으른 상상력은 헛꿈만 키워 줄뿐이야”

(파 높이) (파-라 높이)

P형 “게으른 상상력은 헛꿈만 키워 줄뿐이야”

(도-레) (도-레)


게으른과 헛꿈은 부정어입니다.

N형과 P형은 동일한 문장입니다.

N형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부정어인 게으른헛꿈이라는 단어에 큰소리로 말해 보세요.

특히 헛꿈이라는 단어에 톤을 높여서 강조해 보세요.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자존심을 건드린 상처는 용서를 구하고 미안함을 고백해도 아물지 않습니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아이디어가 풍부한 후배가 있었어요. 그는 평소에도 사업구상에 관한 기획력과 상상력이 탁월했지요.

그런 후배와 나 그리고 친구, 셋이서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대화중에 나의 친구가 후배에게 “헛 꿈꾸지 마”라고 크게 윽박지르는 말투로 반론을 폈어요.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 졌지요. 후배도 음성을 높인다.


“헛꿈이라니요↗”


라,시 음까지 올라갔지요. 다툼의 발단은 헛꿈이라는 부정어를 강조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부정어를 소리 높여 강조하는 언어 체계는 시비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첫 번째 요인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와 같은 시비의 말투를 누군가에게 쏘아부친 적은 없었습니까?


• 지각의 방향은 일찍 오라

잠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겠습니다.

여학교 형편은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내가 보냈던 고교시절을 중심으로 각색해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오늘 지각한 사람 누구야?”

“너희 두 명 때문에 우리 반이 꼴찌를 먹었다. 너희 두 놈은 일주일 동안 운동장 청소야. 도망만 가봐라”

(학교에서의) 지각,꼴찌,운동장청소,도망은 부정어입니다. 선생님은 큰 의미를 부여해서 부정어를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습관이 된 것이지요.

예전 저희 중.고등학교때 선생님들은 부정어에 엑센트를 강조하셨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미운 감정으로 한 것은 아니다. 다시는 지각하지 말고 분발하라는 강조 메시지였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 지각을 강조해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일부 소수 에게는 자극을 가해서 본래의 자리로 회복시키는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방향을 잃은 자들에게, 방향을 모르는 자들에게, 채찍이 먼저 일까요? 방향제시가 먼저 일까요?

방향을 잃은 자에게 지적하고, 야단친다고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요?

방향을 알아야 속도를 내든지, 줄이든지, 하지 않겠어요?

지도도 없는데, 지도 보는 법도 모르는데, 어떤 목표를 도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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