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눈
내가 노무현 대통령 경선후보를 돕는 공보특보(스피치.토론담당) 때의 이야기입니다.
TV 토론을 앞두고 있었어요. 후보들뿐만 아니라 참모들까지도 조마조마하며 마음 조일 때입니다.
특히 제일 많이 떨리며 긴장되는 시간이 언제인줄 아십니까? 축구경기 전반전 마치면 15분 휴식 하고 후반전 들어가듯 TV토론도 전반전 마치고 15분 정도 브레이크타임을 갖은 후 후반전 들어갑니다. 이때 잠시 휴식 시간이 가장 떨리는 시간이지요. 후보의 컨디션도 조절 하고 후반전 작전도 짜야하니까요.
그때 다른 후보 진영에서는 토론 내용 가지고 후보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이런저런 주문을 하더군요.
저희 팀은 휴식 시간에 맥심 커피를 드렸어요. 노후보님이 자판기 커피를 좋아 하셨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경쟁 후보들의 중간 점수를 작성해서 드렸지요. 1등은 노후보, 다른 경쟁자는 4. 5위, 실제로도 1위 였어요 합동 TV토론회 마친 후 귀가 하실 때도 후보별 평가와 점수를 기록하여 드렸지요.
물론 지방순회 합동 연설회 때도 채점 메모지는 드렸지요. 지금 돌이켜보면 이 부분은 내 역할 중에 가장 잘했던 부분 이었던 거 같아요.
대학원 학생들을 지도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1학년 기말고사를 마치는 날 나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지요.
여러분이 교수라면 자신의 성적을 어느 정도로 평가 할 것 같습니까? 하면서 예상 성적을 제출하라고 했어요. 거기에 대한 근거까지 기술하라고도 하였지요. 참고만 하겠다고 했지요.
30여명 정도 수강했기 때문에 결강,발표,리포트등 기본적인 성적 평가들은 서로가 조금은 알고 있었지요.
중간고사나 기말시험 시간에도 무감독으로 보았지요. 컨닝하고 싶으면 쪽지 숨겨서 몰래 보지 말고 차라리 오픈 북 해서 당당하게 보라고 했어요.
신학대학원 석사과정은 예비 목회자들인데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사람들이 멋지고 당당하게 다니라고 자주 부탁을 했었지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 학생이 자신은 “F학점” 받겠다고 한 것이다. 결강 한번 없고 필기시험, 리포트도 우수했다. 5분 스피치만 조금 아쉬웠지 학습태도까지도 좋은 편이었다.
물론 성적 평가는 교수 책임 하에 하지만 당혹스러웠습니다. 1주일 동안 고민에 빠지게 되었어요. 교학처에 성적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 학생은 자신에 대해 왜 이런 평가를 내렸을까?
나의 평가는 A학점인데, 다음 학기 때도 나의 과목을 수강했기에 대화를 나누게 되었지요. 그때 왜 F를 받겠다고 하셨나요? 하고 물으니
“목회자의 필수는 설교인데 자신의 스피치가 문제라는 거였습니다.” “설교는 스피치 기술이 아니다. 설교는 진실이다.” “시골 농사철에 농부가 모내기 할 때 꼭꼭 정성을 다해 심듯이, 말도 하나씩 정성을 다해 심으면 그 말에 싹이 나고 뿌리가 뻗치고 열매를 맺는다”고 하였지요.
특히 “당신은 정직한 성품, 학문을 향한 열정 그리고 교우관계도 원만하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존경받는 목사님이 되실 거다”라고 하였지요.
그러면서 하루에 최소 30분씩은 성경이나 신문을 기쁜 마음으로 소리 내서 또박또박 박력(힘주어) 있게 읽으라고 했지요. 그가 3학년 6학기 졸업 학기 때도 내 과목을 수강 했는데 멋있는 gentleman 으로 변모해 가더군요.
나는 내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을 전해 주었을 뿐인데 자기가 그렇게 잘난 사람으로 평가 받은 게 처음이라 하면서 감격해 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