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걷는 사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잎새 May 24. 2023

2인 3각

갭이어를 가지면서 생활의 흐름을 맞춰주는 루틴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출근과 퇴근의 일정이 없는 하루는 쉽게 흐트러지고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시간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내가 만든 하루 일과가 중요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책상에 앉아 모닝페이지를 쓴다. 이어서 작업하고, 12시 반부터 점심을 준비한다. 야채를 풍부히 사용해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러 잠시 걷는다. 오후에는 책을 읽거나 다시 책상에 앉아 작업한다. 해가 어두워지면 선호와 긴 산책에 나서거나 달리기를 한다. 며칠 약속이 있거나 게으름에 루틴이 무너져도, 다시 모닝페이지를 쓰는 아침이면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다른 곳에 팔려있던 정신을 붙들어 내 안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갭이어의 시간은 나를 믿고 마음을 단단히 잡아가는 과정이었지만, 출근을 시작하면 얼마나 쉽게 하루의 밀물에 휩쓸릴지 보지 않아도 본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작은 조각글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붙잡아줄 루틴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출근 전 책상에 앉는 것으로 1번, 일과를 마친 저녁에 쓰는 조각글로 1번. 하루에 2번 시간을 곱게 접는 루틴으로 노동자로서의 나를 조력한다. 나는 나를 도와줄,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구이다. 나는 그 친구를 믿는다. 우리는 2인 3각의 경기를 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