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즈 앤 올> 비평
어느 날 매런(테일러 러셀)은 슬립오버 파티에서 친구의 손가락을 베어먹는다. 입가에 피가 잔뜩 묻은 매런이 집으로 돌아오자 매런의 아빠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모든 짐을 빠르게 챙긴 뒤 경찰을 피해 도망간다. 하지만 그는 이제 딸이 두렵고, 아이의 본능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매런의 열여덟 살 생일날 아빠는 매런을 두고 사라지고, 매런은 오래전 집을 나간 엄마를 찾아 떠난다.
<본즈 앤 올>은 표면적으로 매런과 리(티모시 샬라메)의 사랑을 다루는 멜로 영화이고, 미국 중서부를 누비며 이야기가 이어지는 로드 무비이며, 카니발리즘을 다루는 호러 영화이다. 그러나 <본즈 앤 올>은 궁극적으로 매런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 영화이다. 열여덟 살 생일이라는 상징적인 시점에 시작되는 근원에 대한 탐구는 자기혐오와 부조리에 대한 인식을 동반한다. 매런은 식인에 대한 욕망을 거부할 수 없으면서도, 자신의 본능에 죄책감을 느낀다.
영화의 핵심 설정인 카니발리즘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이는 극단적인 은유일 뿐 우리 모두 자신의 근원과 운명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살아간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느끼는 허무함, 본능과 세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느끼는 이질감, 다른 존재와의 연대를 간절히 바라지만 결국 홀로 삶을 감당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주는 고독감은 카니발리즘과 거리가 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감각들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어려움들을 마주하며 조금씩 성장한다.
물론 성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존재의 부조리함을 인지하고 사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성장은 외면하고 싶은 무언가를 직면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두려운 것이며, <본즈 앤 올>은 이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두려운 무언가는 자신의 본능일 수도 있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타자들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각각은 식인 본능과 다른 이터 (Eater)들로 드러난다. 영화 전반에 깔린 섬뜩한 공포감은 결국 성장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성장 과정에서 무엇보다 직면하기 어려운 것은 자기 자신의 존재이다. <본즈 앤 올>에서 매런이 만난 또다른 이터 제이크(마이클 스털버그)와 그의 파트너 브래드(데이빗 고든 그린)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는 것을 멈추고 본능만을 따른다. 매런과 관객이 이들에게 유달리 큰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이들이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는 것을 멈추고 본능만을 좇는 인간의 섬찟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여행 도중 만난 리와 설리(마크 라이언스)에게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리는 가족이 없고 홀로 사는 사람만을 공격하고, 설리는 자연적으로 죽은 사람으로만 허기를 채운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마주하고 반성하며 나름의 삶의 양식을 구축한 인물들이다. 스스로의 존재를 인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이터 매런과 달리, 이들은 부조리한 운명을 감내하면서도 나름의 철학과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존재를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허무함과 끝없는 좌절로 이어진다. 영화 <본즈 앤 올>은 그 절망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로서 사랑의 가능성을 긍정한다. 자신의 존재를 직면하기로 결심한 두 청춘은 사랑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며, 끝내 성장한다. 매런은 사랑으로 삶을 버텨낼 심지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