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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권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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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Jan 13. 2023

아침을 지배하고, 하루를 지배해보자

권투 3일차 1월 13일 


식당 점심 운영이 조금 늦게 끝나 운동 시간이 촉박해졌다. 비까지 와서 무조건 버스다고 생각했는데 버스정류장을 코앞에 두고 421번이 바로 막 지나가버렸다. 11분 뒤에 온다는 전광판을 보고 조군과 안되겠다 택시를 타야겠다. 결심을 하고 바로 택시를 잡았다. 3시쯤 나와 택시를 타고 복싱짐에 도착하니 3:10분. 아주 나이스하다.


계속 걷기만 했던 러닝머신에서 오늘은 바로 뛰기 시작해 1km까지는 못 뛰고 6분~7분 정도를 뛰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바로 줄넘기 3세트만. 오늘은 시간이 촉박하다. 마음만 급해 줄넘기가 잘 안되고 있을 때 옆에서 미트를 시작한 한 학생이 너무 잘해 잠시 넋을 놓고 봤다. 줄넘기할 때부터 뜀뛰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시작하자마자 제대로 들어가는 원, 투. 스텝까지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몸이 가볍다.



얼마나 다녔으면 저렇게 안정적인 스텝과 자세가 나올 수 있을까. 부러움 반과 신기함 반으로 한참을 쳐다보았다. 나이를 쉽게 짐작할 수는 없지만 많아도 초등학교 6학년 정도 아닐까 싶은데.


"선입견일 수 있는데 처음 봤을 땐 안경도 쓰고 몸도 말라서 운동하게는 안 생겼네 속으로 생각했는데, 줄넘기할 때부터 남다르더라고."

"안경 너머 눈빛이 달라. 또렷한 눈동자를 지녔어."


조군은 언제 그 아이의 눈빛까지 봤는지 말을 이어갔다.


"게임만 하는 요즘 아이들의 눈과는 달라."

"오, 역시. 권투를 해서 그런가?"

"그럴지도!"


선명하고 또렷한 눈동자를 지닌 아이, 네가 자라는 세계는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더 단단하겠구나. 자신만의 운동을 가지고, 그 시간을 할애하고, 이렇게 자신 있게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다면 너에게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넌 금방 훌훌 털고 일어서겠구나.


어른들도 눈동자가 흐리멍덩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매일 무엇을 보는지, 어딘가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삶을 살고 있는지, 매일 운동을 하는지에 따라 자신이 지닌 눈빛이 달라진다. 난 어떤 눈빛과 눈동자를 지녔을까.



미트 시작.

제자리에서 뛰면서 원, 투를 해보세요. 무릎을 좀 더 높이 들고뛰세요.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원, 투 -> 제자리 뛰기 + 양 훅 + 제자리 뛰기 + 양 어퍼

지옥 같았던 시간이 끝나고 다시 미트 시작.



* 원, 투, 훅, 투 기억할 것

투가 나갈 때 몸이 1시 방향이었다가 정면을 봐야 어깨 회전이 커져 더 쭉 멀리 날아간다.

투 다음 훅이 들어갈 때, 투가 제대로 길게 들어가야 왼쪽 훅이 어깨 회전을 받고 잘 들어간다.



'어퍼'는 길게 쭉 뻗을 것. 자신 있게!


오늘 가장 힘들었던 동작. 왼손 어퍼. 안 하던 동작을 하면 몸이 경직되어 있어서 그런지 쭉쭉 뻗어내지 못한다. "자신 있게 하면 됩니다. 틀려도 돼요. 멈칫하지 말고 자신 있게 쳐보세요."


하늘을 향해 어퍼를 시원하게 날리고 싶다. 내일은 쉬는 날이라 오늘 빡세게 시키신 거죠? 후훗. 다리가 후들거리고, 두 팔이 안 올라가요...


"인생에서 1년을 지배하려면, 한 달을 지배할 줄 알아야 하며, 일주일을 먼저 지배할 줄 알아야 하고, 하루를 지배할 줄 알아야 하며, 아침을 지배할 줄 알아야 한다."


오늘 조군이 해준 이야기. 동기부여 동영상에서 본 이야기라고 하면서. 3주 가까이 8시쯤 일어나 독서하는 나를 보면서 아침에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내가 요즘 컨디션도 좋아 보이고, 안정적인 게 느껴진다고 말해주었다. 아침을 지배하는 힘이 큰 것 같다고. 생각해 보니 8시 기상 후 바로 독서하는 습관을 들인 후, 하루를 시작하면서 눈을 뜰 때 힘들지가 않다. 읽을 책이 기대가 되고, 책상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그 시간이 소중하다. 예전에 나를 떠올리면 상상도 못할 일이긴 하지. 출근 시간에 겨우 맞춰 일어나 헐레벌떡 준비하고 나가는 게 일상이었는데. 나조차도 이렇게 바뀐 게 신기하다. 아침 독서 +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보지 않기는 이번 1년간 꾸준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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