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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한 살, 아르바이트 인생

식당 폐업 후, 아르바이트 구하기

by GA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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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8년 동안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했다. 코로나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요식업은 이제 그만.이라는 결정을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빠르게 영업을 종료했다. 영업 종료를 2주 남기고 알렸을 때 수많은 손님들이 방문해 주셨다. 심지어 외국에 사시는 손님은 편지까지 보내주셨다. 우리가 관계 맺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아쉬움과 함께 식당을 방문했을 때는 이게 옳은 선택인가 뒤늦은 후회도 되었지만. 한편으로 사람이 남았구나. 빚을 진채 문을 닫지만 헛되게 운영하지는 않았구나 작은 위로를 받았다.

남편은 바로 직장에 취직했다. 운이 좋았다. 8년 전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실장님이 스타트업 대표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와중에 식당을 닫는다고 하니 흔쾌히 디자이너 자리를 주셨다. 남편은 식당을 닫고 3일 쉬고 바로 출근을 했다.

우리 둘 다 경력의 공백이 있기 때문에 취직이 쉽지 않을 거란 걸 각오했다. 남편은 운이 좋은 케이스였고, 감사한 마음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혼자서 식당을 정리했다. 매물을 올려놓고 8년 동안의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팔 수 있는 것과 버릴 것, 챙길 것 등을 매일 혼자 나와 정리했다. 3일 정도는 손님들에게 개방해 플리마켓처럼 접시와 잔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공간을 보러 오는 분들과 만나서 권리금 조율을 하고 10번째 정도 보러 왔던 분이 다행히 계약을 진행했다. (재개발 구역이라 계약이 쉽지 않았다) 그 사이 수림문화재단 아트에디터에도 합격해 소정의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식당을 오픈하기 전에는 성수동 복합문화공간에서 공간 매니저 겸 공연, 전시 기획을 담당했었다. 다시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 전 직장도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곳이라 이력서, 포트폴리오, 면접은 없었다. 돌이켜보니 대학 졸업 후 첫 직장도 그랬다. 4학년 2학기를 다닐 때 경영학과 복수전공 담당 교수님이 연구소로 출근하라고 해서 바로 취직이 됐었다. 3년 정도 다닌 뒤 문화 기획 하는 스타트업 회사에 지원을 해서 합격했다. 중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정식으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 건 한 번뿐이었다.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음 직장을 구하고 있을 때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일자리를 제안받았다. 공연 기획자로 2년 정도 일한 뒤 남편과 식당을 오픈했다.

어떻게 보면 형편없는 이력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당장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식당일은 8년 정도 했기에 당장 홀 서빙은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왠지 하고 싶지 않았다.

(배부른 소리였다,,,)


개인 글을 쓰면서 일할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는 당근으로 알아보았다.

여러 곳을 지원했지만 답이 돌아오는 곳은 없었고, 그 가운데 금토일월, 오후 5시 출근~저녁 12시 퇴근. 일급 10만 원. 5주 동안. 해방촌 신흥시장 와인바 아르바이트 자리에 지원했고 바로 답변이 왔다.


"내일부터 일하실 수 있나요?"


폐업 후, 아르바이트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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