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29살, 혼자가 편한 39살

10년 동안 나에게 있었던 변화들.

by 양양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암흑기가 언제였나 생각해 보면 그건 29살이었다. 그때 나는 늘 20대에 머무르고 싶었다. 내가 20대인 것이 너무 좋았다. 생기발랄하고 에너제틱하고 사람과 모임을 좋아하던 나는 30살이 되면 인생이 끝나는 줄로만 알았다. 30대가 되면 더 이상 젊지도 않고, 바로 늙어버린다는 생각을 했었다. 더 이상 파티를 좋아할 수 없고, 꿈을 꿀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30살이 되던 12월 31일 저녁 1월 1일의 00시를 기다리면서 친구들과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밤 12시가 되자마자 나는 펑펑 울었다. 다들 해피뉴이어를 외치며 새해를 기뻐했지만, 나는 울다 울다 4시간 동안이나 울었다. 친구들이랑 있어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도 입은 억지로 웃었지만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 나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29살 1년 내내 우중충 했다. 젊은 꼰대가 되어서 너네가 뭘 알아 라며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을 괴롭혔다. 그때는 30살이 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서 30살 내 생일이 되었을 때 절대로 평범하게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가장 우울할 내 30살 생일을 성대히 보내고 싶었다. 친구들 50명을 부르고 펍을 빌려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했다. 친구들은 그 파티를 MJ파티라고 불렀다. 30살 생일 파티가 아니고, MJ파티 - 그 당시 내 영어 이름이 MJ였다. 그렇게 불러주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덜 우울한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30살이 되고 보니 꽤나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괜찮았다. 마치 1년의 차이지만 어른의 영역에 들어온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30대 중에서 막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좋았다. 와 30 대중에 내가 가장 어리잖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39살이 된 지금, 40을 앞두고 나는 조금도 우울하지 않다. 29살에 그토록 두려웠던 30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고작 10년이 지났고, 나에겐 눈 깜빡할 새였던 것 같은 나의 30대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이 배웠고 성숙해졌다. 29살과 지금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에게 엊그제 같이 느껴졌던 29살에서 금수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나에게 30대는 너무 짧게 느껴졌다. 바쁘게 살았고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분명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배울 것이 많았다. 많은 것에 도전했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비록 비싼 값을 지불하며 배워야 했던 인생의 쓴맛이 많았지만 누군가 다시 시간을 되돌려 준다고 해도 29살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이 오히려 더 좋다.


나는 순수했고, 사람을 곧이곧대로 다 믿었고, 그래서 아팠고 많은 것에 실패했다. 그땐 삶을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많은 값을 지불하면서 배웠던 삶의 지혜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자산이 되었다. 더 단단해졌고 깊이가 있어졌다. 외로워 혼자 있지 않으려고 많은 시간을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과 흘려보내며 겪었던 불협화음을 이제는 겪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지금은 혼자가 편하고 좋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모든 게 어렵고 두려웠던 내 어린 청춘의 시간들이 지금 열매를 맺고 있는 기분이다. 그냥 흘러간 시간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어른이 되어갔다.


아침, 밤으로 조금은 시원해진 날씨, 하늘이 푸르르고 깨끗한 공기가 부는것, 맛있는 김밥가게가 우리 동네에 있다는 것, 가끔 마시는 그린티 라테의 달달함, 취하지 않아도 되는 제로맥주, 그리고 글을 쓸 수 있게 된 여유까지. 설거지를 100인분씩 하며 고달팠던 식당의 기억은 집안일에 수월함을 가져다주었다. 이제 집에서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일은 너무나 사소하고 쉽다. 뭐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어둠이었어서 햇살의 따뜻함이 더 소중하다. 맞지 않는 이들과의 만남은 지금 내 곁의 사람들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커리어와 자신감이 생겼다. 밤낮으로 고민하며 괴로워했던 시간들의 정답을 찾으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앞으로의 40대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나의 내일이 기대가 된다.


오늘 오래된 친구와의 전화에서 깨닫게 된 것은 스마트 폰이 나온 지 15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그 짧은 시간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했다는 것을 체감하며 앞으로의 15년은 지금과 전혀 또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을 기대했다.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그때는 상용화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저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삶을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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