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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노래 Jun 03. 2022

사랑의역사#11

음이 맞지 않는다. 정확한 음이라는 것을 튜닝 어플이 나타내고, 귀가 증명하고 있으나 음은 맞지 않았다. 음만 맞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듯한 울림, 휘청이는 활, E에서 A로 넘어가는 순간 일으키는 온갖 잡음. 브리지를 부러뜨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철저하고 완벽하게. 균형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쪽과 저쪽의 마음, 말의 분배, 주고받은 혹은 치고받은 감정의 총량, 눈빛과 마음의 동일성. 어느 것 하나 균형 잡힌 것은 없었으니까. 휘청할 때마다, 저울이 기울어 마음과 공기를 짓누를 때마다, 겨우 관계를 떠받히고 있는 브리지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모든 것이 브리지의 탓만 같았다. 유일하게 버티는 마음. 이성인지 인이 박힌 고집인지 알 수 없지만 유일하게 미래를 생각하는 단 하나의 마음. 그것만 없으면 살 것 같았다. 홀가분한 마음 하나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은 것은, 시원한 바람이 주는 날카로움, 따스한 햇빛이 주는 부끄러움, 포근한 아침에 찾아오는 나락의 한숨이었다. 깊은 밤이 주는 두려움마저 겪는 일상에서 얻은 것은, 그리움과 후회를 더 이상 분간할 수 없는 완벽한 불균형. 그 뒤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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