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는 것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어렸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관심 있어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사회적 동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했다. 아니, 그렇게 배우고 말았다. 겨울엔 눈과 크리스마스, 소비엔 비싸고 좋은 것들 혹은 싸고 좋아 보이는 것들, 취미엔 어울려야 하는 것들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은, 언제부터 나에게 강요되었을까. 그렇게 20대엔 연애를 해야만 했고, 30대엔 의무까지 가미한 연애를 했다. 헤어질 땐 정중하게, 감정엔 인색하게 혹은 적절하게, 표현은 주고받는 양에 따라. 그렇게 교과서대로 했을 뿐인데 나에게 던져진 것은 채울 수 없이 파인 흉터와 우연한 마주침도 감당할 수 없는 이전의 관계뿐. 정답이 있다고 말해놓고 이제는 왜 모두가 나에게 되지도 않는 위로 만을 이야기할까. 더 이상 속지 않기 위해 관심 없는 것들에 더는 아무 감정을 두지 않는다. 부재중 전화에 궁금해하지 않고, 하루의 끝에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고, 계절의 시작에 바뀌는 것은 옷가지뿐.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자유를 찾는다. 그렇게, 기억을 지운다.
사랑의역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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