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충만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목숨을 걸고, 마음을 걸고, 자존심을 걸고, 감정을 건 하루의 끝이 되면 사뭇 부끄러워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게 그렇게 난해할 수가 없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허세가, 마음이 버려지는 날에 같이 사라지는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텐데. 날이 쌓여가는 무게만큼 헤어짐의 원인이 나였다는 죄책감과 자괴감은 이제 채우고 눌러 온통 그 세상일 뿐.
사랑의역사#9(기억의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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