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두운 우주를 떠도는 UFO
먼 곳으로부터 타전된 주파수를 따라
교회 높은 첨탑 위에 은빛 날개를 접는다.
흰 눈이 미끄럼을 타는 첨탑에서 들려오는
성가대의 포근한 하모니 소리에 홀린 듯
허기진 자들의 물결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탄다
예배당 3층 오른쪽 난간이 마주 보이는 앞자리
긴 나무 의자에 먼저 온 이들 틈에 끼어 앉아
눈 감고 고개 숙여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린다
모르핀에 취한 듯 무아의 상태에서
세사에 시달렸던 번뇌들을 낱낱이 헤아리며
쓰러져가는 낡은 생의 깃을 바로 세운다
나날의 일상을 고개를 늘어뜨린 채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그리스도의
발치에 엎드려 마음의 짐을 장사 지낸다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는 것이
살아가는 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삯인 것을
하루치의 영혼과 육신을 헌납하는 것이 기도다
교회 문을 나서며 연료를 충전한 UFO처럼
저마다의 빛으로 물든 삶 속으로
자신의 별에서 쏘아주는 주파수를 따라
푸른 엔진을 점화하며 힘차게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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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올 일월 눈 내리는 날 지인의 초대로 역삼동 청운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교회 문을 들어서는 순간 울려 퍼지는 찬송소리가 신의 영접처럼 황홀했습니다.
예배를 통해 힘을 얻고 또다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듯합니다.
댓글로.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