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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님이 Feb 26. 2023

사랑은 3D 업종이예요.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유사 이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충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은 3D 업종이에요.

만약에 사랑하는 게 죽을만큼 힘들다면,

그건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녁 약속이 잡혀 급하게 친정엄마에게 삼남매의 저녁밥을 부탁했다. 언제나 그렇듯 친정엄마는 한 걸음에 달려오셨는데, 야채에 고기에 손주들 반찬거리까지 사 들고 와서 냉장고를 또 그득 채워놓으셨다.

 "내가 어련히 알아서 먹일까봐."

 "얘들은 고기도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먹여야 하고....과일은 잘 안 먹으니까 이렇게 깎아서 놔둬야지."

 마흔이 훌쩍 넘은 딸도 친정엄마에게는 늘 챙겨야 하는 딸인가 보다. 그리고 이어지는 래퍼토리.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병원비가 너무 나왔고......어제는 속이 안 좋아서 밥도 제대로 못 드셨단다.

 

 친정엄마는 요즘 하루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인다. 딱 지금의 내 나이에 홀로 되신 친정엄마는 세 아이의 생계를 오롯이 책임져야 했었다. 무섭고 막막했을 것이다. 외할아버지의 노름빚에 학교도 제대로 진학하지 못한 엄마가 세 아이를 키우기 위해 세상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은 적성이나 재능과는 상관없이 몸을 움직여 시간을 채우는 일이었다. 골병이 안나는 것이 더 신기한 그런 일.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을 읽다가 필사를 한다. 사랑은 3D 업종이란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마음만 고쳐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년이 된 딸은 점점 기력이 다하는 백발 친정엄마 앞에서 좋은 것도 보여드리고 맛있는 것도 먹여드리겠다고 마음을 먹어 본다.


 사랑은 위대해 때때로 기적을 낳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대개 평범하게 반복되고 지루하게 이어진다. 사랑하는 일이 더러는 피곤하고, 귀찮고, 손과 마음이 많이 가서 성가시더라도 지루하게 이어지는 평범한 날들도 있는 힘껏 사랑해보자고 다짐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부지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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