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버 Jul 24. 2024

표지판에 한글 어디 갔니?

영어 못하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자주 가는 도서관 근처 풍경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많이 달라졌다.

아파트 단지 규모가 워낙 커서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야 한다.


밤 되면, 저렇게 멋있기도 하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 단지 내, 모든 구조물이 부러울 정도로 세련되고 좋아 보였다.

그러다 발견한 표지판에는 "kinder garten' 이라고만 쓰여있었다.

이게 뭐지? 짧은 영어실력으로 곰곰이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아, 표지판 주위를 살폈다.

'그래도 여기가 한국이고, 한국인이 사는 곳인데 한국말이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덩그러니 'kinder garten'이라는 단어 밖에 없었다. 

가는 길이 표지판의 지시방향과 일치해 조금 걷다 보니 유치원이 나온 순간, '아' 하고

단어의 뜻이 떠올랐다. 그 순간, 아무도 없었지만 그 단어의 뜻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던 학창 시절의 영어실력이 떠올라 괜히 민망해졌다. 


저 사진만 보면 외국인줄?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실력이 문제인지 몰라도 kinder garten이라는 단어는 흔하게 

쓰는 단어 같지 않았다. 외국인만 사는 아파트도 아닌데,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내 형편없는 영어실력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아이들을 차로 태우는 곳인 듯, 'kids station'이라고 쓰인 구조물이 보였다.

이번에도 한글로 된 표지판은 따로 없었다. 영어 표지판이 다였다. 

'이 아파트 웃기네?'

라고 혀를 차면서 걷다 보니 여러 위치가 적힌 표지판이 나왔다.


다른 곳은 한글로 적거나 영어를 쓰더라도 병행표기했는데, 이 표지판에서도 빌어먹을

kinder garten에는 한글이 없었다.


왜 영어로만 표시했을까? 내가 기자도 아니기에 취재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걸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혹시, 교육적인 차원에서 그런 걸까?........ 그럴 것 같았다.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니, 교육을 위한다는 명분은 영어로만 된 표지판을 세우는데, 충분할

뿐만 아니라 차고 넘치는 명분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유치원을 혼자 다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행여나 같이 사는 할머니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집이라면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혹은 나처럼 저 단어를 몰라서 괜히 민망하고 부끄러워지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지금은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이 훨씬 많지만, 80년대에는 4년제 대학 진학률이 20퍼센트

조금 넘은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다 유식하고 kinder garten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을 수 있다.


영어는 공부할 때, 스스로 학습하고, 우리가 사는 곳은 영어 좀 못 읽어도 부끄럽지 않은

세상으로 남겨두면 안 될까?

이렇게 잘하고 있으면서 유치원만 kinder garten 이 뭐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