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각 05] 세상 모든 어른이들을 위한 날이 생겨나길 바라며
"오늘 이 시간까지 버텨내신 어른이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내일부터는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우리의 날입니다. 모두 기억에 남는 어른이의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느 날 하루를 마치는 9시 뉴스의 마지막 멘트가 이렇게 흘러나온다면 어떨까.
달력을 보면 다양한 날들을 기념한다. 국가적 의미를 담는 날, 종교의 날, 가족 단위의 날, 환경을 위한 날 등 다양한 날이 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기념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날이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었다. 왜 어른의 날은 없을까. 있다면 어떤 것을 기념하면 좋을까. 달력의 수많은 날 중 어떤 날로 지정하면 좋을까. 생각만으로도 흥미롭다.
어른이의 날이 생긴다면 19살의 여러 날 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어른이 되어 매몰차고 차디 찬 사회에서 열심히 하는 나, 아이를 낳고 기르는 나, 자신의 꿈이나 미래의 비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나, 너무 힘들지만 꾹꾹 눌러내고 앞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나, 힘이 들어 힘들지만 나를 놓지 않는 나, 오늘 하루를 묵묵히 보낸 나. 세상에 수많은 나를 기념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이렇게 다양한 나를 기념하는 날로는 어떤 날이 좋을까.
세상에 어떤 것을 처음으로 발견하거나 만들어낸 과학자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름을 따거나 상징적인 것들을 기준으로 하던데 필자의 생일로 할까? (농담이다ㅎㅎ) 무슨 달, 무슨 요일이 좋을까. 사회인으로서의 감성을 더하자면 쉬기 좋게 월요일이나 금요일로 한다면 다들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 주에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계획을 짤 것이다. 그 주에는 다들 미소가 가득한 주가 되지 않을까? 물론 쉬기 위해 기념일 분량을 해치워야 한다는 퀘스트가 있겠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둬야 하는 사항이 있다면 이 날은 온전히 나를 위한 날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근무를 시키면 안 된다. 이쯤 되니, 상상 속 어른이의 날에 대한 사심을 고봉밥 마냥 담아낸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상상이라 '쉼'에 편향되어 설명하였지만 기념일은 모두가 그 의미를 기억하기 때문에 어제까지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국가적 차원에서는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소중함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날이 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있다면 성년의 날과 어른이의 날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 물을 것이다.
성년의 날에는 어른이 되었다는 기념적인 날로 꽃이나 향수 등 선물을 받는 풍경이 그려진다. 이제 막 어른이 된 아이는 선물을 받아 무척 기쁜 날이 되겠지만 성년의 날 본래의 의미는 어른으로서의 책무와 자부심을 느끼라는 의미를 담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이의 날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학생 때 이론으로만 배웠던 사회와 달리 실전에 부딪혀가며 배우는 사회 속 하루하루를 참 잘 지냈다는 뜻을 담는다.
어른이 되면 일기장이나 숙제에 찍어주던 '참 잘했어요!' 같은 칭찬과 진심 어린 격려는 받기 어렵다. 오히려 진심인지 진심을 가장한 다른 뜻일지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어릴 적에는 배울 게 많고 감상하며 경험할 것도 많아 하루가 굉장히 길었다. 반면에 어른의 하루는 숨 가쁘게 흘러 분명 방금 잠들었는데 시계가 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고 그리고 출근을 해야 한다. 누군가 다시 보기 버튼을 누른 것 마냥 아침에 눈을 뜨고 준비해서 지하철에 타는 나를 보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에 내가 나에게 주는 상과 같은 날이다.
어릴 적 받았던 상장 속 '타의 모범이 되었으므로'와 같은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모두 이미 알지 않나. 끝내주게 숨쉬기를 하고 기가 막힌 집밥을 만들어 만족스럽게 먹었거나 이불속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보며 시시덕거린 하루만큼 재미있는 날도 또 없으니까.
모두가 기념할 만한 즐거운 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