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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Jul 05. 2022

기출문제의 쓸모

시험 전 마지막 시간, 진도 빠른 반은 2주 전에 작년 1학기 지필평가 문제를 풀었습니다.

"책상 위에 있는 거 다 집어넣고 필통도 넣으세요. 필기구만 남깁니다. 책상 줄 맞추고 가방 지퍼도 닫으세요. 20분간 풉니다."

"시험지 걷어요?" "수행 들어가요?"

"안 걷어요. 그냥 테스트니까 걱정 말고 풀면 됩니다."

준비, 시-작! 아이들 눈빛이 진지합니다.


"그만." 칠판에 답을 씁니다.

"아싸!" "0개 맞았다" "00점이다"

아이들이 즐거우면 저도 뿌듯합니다.

"진짜 시험 이거랑 똑같이 나와요?"

"아뇨. 기출문제는 똑같이 낼 수 없답니다. 그 대신 출제 유형은 비슷할 수 있어요."

아주 가끔 뜻밖의 반응이 있지만 커가는 과정이려니 합니다.


기출문제를 나누어 준 건 2014년부터입니다. 학생들이 출제 유형을 궁금해 해서 블로그에 작년 문제 PDF 파일을 공유했습니다. 복직 첫해는 학교를 옮겨 기출문제가 없었고 두번째 해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전년도 원안지 중 12문제를 라이브워크시트로 정리해 줌 수업 시간에 풀었습니다. 원격수업이라 집중하기 어려웠을 텐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보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작년에는 올해처럼 실제 시험 보듯 문제를 풀었습니다. 시작할 때 문제지 두 장 다 학생 수대로 교탁에 얹어놓고 한꺼번에 나눠 주니 분위기가 더 차분했습니다. 쪽지시험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한문 한 번 해볼 만하네" 하면 그것으로 만족. 올해도 작년처럼 기출문제 풀이하고 말했습니다.

"기출문제를 왜 가져왔을까요? 낯설면 두렵지만 조금 알면 덜 두려워요. 너무 쫄지도 붕 뜨지도 않고 적절히 긴장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답니다. 실제 시험 때 답안 마킹 잘하고 최선을 다해 잘 보기를 응원합니다."


수업 때 나누어 준 작년 기출문제 윗부분입니다. (202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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