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한문 9과 두번째 시간. '良藥苦口而利於病(양약고구이리어병 :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다)'을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다 줌(zoom)에 졸음 방지 퀴즈를 냈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또는 같이 사는 어른들께서 여러분에게 가장 많이 하시는 잔소리는? 채팅창에 비밀댓글로 써 주세요." 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합니다. "공부해라" "방 치워라" "일찍 자라" "폰 그만 해라" 등등.
"두번째 문제입니다. 그런 말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역시 비밀댓글로 써 주세요." 다다다다 실시간 DM(Direct Message : 비공개 메시지)이 올라옵니다. "화난다" "짜증난다" "많이 들어 그러려니 한다" 하나하나 읽어 주다 "짜증나고 귀찮지만 계속 같은 것을 못 지키는 나에게도 화가 난다", "좀 화나기도 하지만 당연한 거니까 괜찮은 거 같다"를 오래 담았습니다.
'忠言逆耳而利於行(충언역이이리어행 : 충성스런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는 이롭다)'과 같이 설명하면서 차근차근 마음을 열었습니다.
"열 날 때 약 안 먹으면 열이 떨어져요, 안 떨어져요?"
"안 떨어져요."
"약이 쓰지만 먹어야 안 아프죠. 어른들 잔소리도 당장은 듣기 싫지만 여러분이 더 좋은 행동 하고 더 좋은 사람 되는 데 도움 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몇몇 아이들이 사뭇 진지해집니다.
"어른들 잔소리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행동을 고쳐야겠지요."
"물론 그것도 맞아요. 하지만 어른들께 잔소리 들으면 짜증나 화내거나 말대꾸하다가 더 혼날 때 있지요? 어른들이 잔소리 하시면 일단 숨 고르고, 화내거나 말대꾸하는 대신 조용히 들으세요. 그것만으로도 혼날 일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잔소리 들을 행동을 조금씩 바꿔 보세요. 성적은 한번에 올리기 어려워도 휴대폰 누워서 보는 건 앉아서 보는 거로 바꿀 수 있지요. 그러다 보면 어른들 잔소리도 조금씩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방학입니다. 아이들과 몇 날 며칠 있다 보니 이런저런 잔소리가 더 늘었습니다. 그때 그 수업 하면서 제 아이들 마음도 더 돌아보게 되어 잔소리를 줄이려는데 쉽지 않습니다. 수업 마지막에 덧붙인 이야기를 가만가만 불러옵니다. "잔소리 듣는 것도 힘들지만 잔소리 하는 것도 힘들어요. 안 좋은 행동을 반복하는 걸 계속 봐야 하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잔소리가 싫어도 언젠가는 잔소리가 그리운 날이 있을 거예요. 어른이 되었을 때,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그리고 여러분이 잔소리를 해야 할 때."
친정 한켠 다육이들. 부모님 그리울 때 종종 꺼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