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지 약사(略史)

by 스마일한문샘

"시험범위 다 나갔는데 오늘 뭐 해요?"

"2차 지필 대비 총정리해야지요."

인사하고 칠판에 수업 일정을 간단히 씁니다.

"한문 시험이 12월 14일이니 오늘부터 시험 전까지 요약지로 복습하고 기출문제 풀면 딱 맞을 거예요. 학습지 검사가 언제지요?"

"29일이요."


어제 만들어 아침 일찍 등사한 요약지를 나누어 줍니다.

"이거 보면 시험 100점 맞아요?"

"100점까진 아니라도 시험범위는 다 들어갑니다. 1학기 때 제 출제 스타일 겪어 봐서 아실 거예요. 한자 뜻, 음 묻는 거 나오고 한자 뜻, 음이랑 한자 바르게 연결했는지 묻는 거 나오고 만점 방지용 수능식 문제도 있을 겁니다. 시간 7분 줄 거니 지금부터 요약지 1쪽 한자 뜻, 음 쓰고 빈 칸을 채우세요. 외워 써도 좋고 학습지 보고 써도 좋습니다. 7분 뒤에 물어 봅니다."


시험 대비 요약지 만드는 건 나름 전통(?)입니다. 9년 전 복직 첫 해 중학생들 보면서 시험 내용을 A4용지 2~3쪽으로 요약했다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쭈욱. 처음엔 학습지 내용 다 넣었는데 "학습지랑 요약지랑 별 차이 없어요"에 다음 해부터는 한자 뜻, 음과 풀이 일부를 빈 칸으로 정리합니다. 한 자라도 더 쓰라고 상점 주고 사탕 주다 학교 옮긴 2019년부터는 요약지만 나눕니다. 줄 간격 조절해서 A4 양면 한 장으로 만들면 더 개운합니다.


공부한 걸 한 장으로 정리하는 건 임용고사 준비할 때 배웠습니다. 한문과 교육과정 달달 외우다 다른 학교 선생님께서 한 장에 정리하신 자료 보고 '우와!' 마지막 시험 때도 중요한 내용을 A4용지 몇 장에 줄여 시험 직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학생들에게 가끔 이야기합니다. "어떤 과목이든 종이 한 장에 정리하면 좋습니다. 글씨 안 좋으면 워드 쳐서 출력해도 괜찮아요. 휴대폰 메모장이나 앱 활용해도 편하고요."


학생들과 파워포인트로 10과 내용 복습하고 "제 경험상 요약지 한 장은 글씨 쓰고 한 장 더 받아 아무 것도 안 쓴 종이 보면서 외우면 더 좋습니다. 조금 여유 있게 인쇄했으니 더 필요하면 앞에 나와 받아 가세요." 아이들 위해 시작한 일이 저에게도 작은 뿌듯함으로 자리잡아 기쁩니다.


* 2013년 : 첫 요약지. 시행착오 많았지만 아이들은 너그럽게 봐 주었습니다.

http://blog.naver.com/hanmunlove/100196755618


* 2014년 : 빈칸 채워 쓰기. 다 써 오면 상점을 주었습니다.

http://blog.naver.com/hanmunlove/100209792230


* 2015년 : 상벌점제가 없어져 요약지 한 장에 사탕 하나씩!

http://blog.naver.com/hanmunlove/220556697064


* 2022년 : 보상은 안 하고 쓰면서 외우도록 합니다.

https://blog.naver.com/hanmunlove/222934452274

* 재작년 오늘 쓴 글을 다듬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munlove/222151303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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