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 마음, 부모 마음

by 스마일한문샘

밤 2:37. 생기부* 작성 끝! 담임선생님에 비하면 일도 아니지만 중1, 중2 한문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이며 동아리 특기사항 쓰려니 제법 오래 걸립니다. 오늘까지 마감인데 주일 예배 드리고 오후에 찬양대 식사 봉사까지 하려니 마음이 바빴습니다. 나중에 고치더라도 일단 마무리했으니 기분 좋게 눈 붙이고 예배드릴 수 있겠습니다. 해마다 비슷한 듯하지만 알고 보면 또 다른 생기부. 왜 생기부는 쓸 때마다 어렵고 새로울까요.


교직 초기에는 사관(史官)의 마음으로 생기부를 썼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만큼 생기부 양이 많지 않았습니다. 담임할 때 행동발달 및 특기사항 종합의견 쓰는 일이 큰일이었습니다. 최대한 공정하게, 그러면서도 긍정적으로 에둘러 가능성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우리 반이었던 학생이 "선생님, 생각보다 잘 써 주셔서 고마워요" 사실 그 아이 생기부에 "~할 것으로 기대됨"을 넣었기에, 고마우면서도 살짝 미안했습니다.


학부모가 되고 중학교 오면서 생기부 양이 늘었습니다. 중1 담임 때는 헉헉대며 2~3시간 자면서 썼습니다. 막내 어린이집 하원 시간 맞추느라 초과근무할 상황이 아니어서 늘 아이 재우고 눈 부비며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이 마음, 부모 마음이 보였습니다. 학교생활통지표에는 조금 달리 쓰지만 기본은 생기부니 말 하나하나를 더 고르고 다듬게 됩니다.


사관 마음과 부모 마음을 아우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진실을 담되 읽었을 때 더 명료하고 부드럽게, 무엇보다 사랑을 담아.


* 생기부 : 학교생활기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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