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

by 스마일한문샘

"학습지 쓰는 습관이 잘 들어 있습니다."

동료 선생님께서 수업 참관록에 쓰신 말씀을 오래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학생들이 학습지 쓸 때 부쩍 조용합니다. 재잘재잘 웃다가도 칠판에 '00:00(시간)까지 학습지 00~00쪽 쓰기' 또박또박 쓰면 한 자 한 자 진지하게 옮깁니다. 빨리 쓰고 쉬거나 다른 과목 공부하는 아이, 다음 단원 학습지 미리 쓰는 아이도 보입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1학년 1학기에 새로 배울 한자 2번, 뜻 · 음 2번 쓰게 하면 낯설어하는 학생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러다 열심히 쓰는 친구들 보면서 하나둘 따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쌓이면 글씨도 마음도 훌쩍 자랍니다. 2학년은 학습성장평가 영역이 내신성적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다같이 쓰면서 서로서로 배우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며칠 전 급히 진도 나가다 칠판에 6과 '마음 열기' 초성 퀴즈 답 적는 걸 깜빡했습니다. 학생들이 학습지 8~9쪽 쓸 때 칠판에 성어 읽기 수행평가 범위를 미리 쓰는데, "4번 뭐야?" "구사일생" "6번 ㅊㅅㅁㄱ 뭐지?" "천신만고" 묻고 답하며 빈칸 채우는 아이들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활달하고 에너지 많은 아이, 가끔은 장난이 과하다 싶은 아이도 그 순간만큼은 기특하고 따뜻했습니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가만히 앉아 오래된 글자를 한 자 한 자 채워 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한 번 두 번 쓰다 보면 글씨와 지식뿐만 아니라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습관이 차근차근 자리잡으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열네 살, 열다섯 살 한문 시간에 고운 햇살 받으며 학습지 쓰던 순간이 다정한 그림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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