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금요일 2교시. 동료장학이라 다른 교과 선생님들께서 들어오십니다. 아침에 학생들과 의자 옮기고 1교시 수업하고 교무실에 들렀다가 2학년 수업반으로 달립니다. 숨 고르고 뒷자리에 지도안과 부교재를 놓으니 시작종이 울립니다..
"오늘 지난 시간에 말한 대로 공개수업입니다. 다른 선생님들 오셔도 놀라지 말고 평소대로 열심히 하세요."
"샘, 오늘 잘못해도 뽑기* 해요?"
"네~"
인사하고 앞 시간에 배운 "元非日本之地"를 칠판에 씁니다.
"어떻게 읽어요?"
"원비일본지지."
"풀이는?"
"원래 일본 땅이 아니다."
元(으뜸 원) 위에 單(홑 단)을 씁니다.
"어떻게 읽어요?"
"단원이요."
"오늘 우리 몇 단원 배워요?"
"12단원이요."
"이번 추석 연휴가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6일이죠. 연휴 때 경기도를 벗어나는 사람?"
절반 정도가 손을 듭니다.
"학원 가는 사람?" 2/3 손.
"하루?" "이틀?" "사흘?"
엿새 다 간다는 학생도 둘이나 됩니다.
"지금까지는 여러분이 해야 하는 일이었지요. 그러면 연휴 때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게임이요." "용돈 받는 거요." "맛있는 거 먹고 쉬는 거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학습지에 쓰세요."
추석 초성퀴즈 영상으로 마음 열고 학습지 10~11쪽 한자 읽고 쓰며 외우는 시간을 줍니다. 타이머로 한자쓰기 8분 맞췄는데 "부족해요" 몇 명 있어 1분 30초 더 줍니다.
칠판에 방위표 그리고 동서남북을 한자로 쓰고 中(가운데 중)을 덧붙입니다.
"서양에선 동서남북 네 방향이 중요하지만 동양에서는 가운데까지 다섯 방향이 매우 중요해요."
동쪽 청색, 서쪽 백색, 남쪽 적색, 북쪽 흑색, 가운데 황색까지 풀어내면서 "요즘 역사시간에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다 했나요?"
"건륭제 하고 있어요."
"건륭제는 어떤 색 옷을 입었을까요?"
"노란색이요~"
"옛날에는 중국을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해서 중국 황제만 노란 옷을 입을 수 있었어요. 영락제랑 건륭제는 무슨 색 옷 입었어요?"
"노란색이요."
"사극 보면 우리나라 왕들은 어떤 옷 입었죠?"
"빨강색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박지원의 『열하일기』 배우셨죠. 우리나라가 중국의 신하 나라였기에 해마다 황제 생일 축하하러 가야 했답니다. 건륭제 70살 생일 축하하러 몇 달 걸려 북경에 갔는데 황제가 없어요. 너무 더워 열하로 피서 갔답니다. 근데 생일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빨리 안 가면 큰일나는 상황. 그래서 밤낮없이 말 타고 걷고 겨우 날짜를 맞춰요. 그렇게 쓴 글이 『열하일기』입니다."
다행히 뽑기할 일 없었고, 평소에 꼬박꼬박하던 아이들도 기대 이상으로 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묻고 답하면서 웃을 일이 많아 감사했습니다. 수업 전날 아이가 아파 조퇴해 시간표가 바뀌어 지도안을 다시 썼는데, 여러 선생님과 학생들 덕분에 동료장학 내내 푸근하고 즐거웠습니다. 수업 보신 선생님께서 참관록에 담아 주신 말씀도 꼭꼭 새깁니다.
"다음 시간 역사 수행평가 잘 보고 다음 주에 만나요. 인사!"
고마운 가을입니다.
* 뽑기 : 수업 벌칙. 어깨로 이름 쓰기, 어려운 말 빨리 읽기처럼 소소한 미션이 있습니다. 제 수업 때 해선 안 될 행동을 하면 1차 주의, 2차 뽑기, 3차 교무실 상담입니다. 상황에 따라 바로 뽑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추석 초성퀴즈 영상입니다. 수업 때 2배속으로 돌리다 "반찬" "발라드" "가기시러"에 다같이 웃었습니다. (정답 : 벌초, 보름달, 강강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