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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이가 쑥쑥 자라서 일식이 키를 넘어섰다. 사실 키를 넘어선 건 조금 됐는데 이식이의 잎 색이 아직 여리여리한 연두여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키만 뻗대고 큰 모양새인 아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오늘 보니 여리여리한 연두색은 온데간데없고 나름 구리 빛 피부를 이라고 표현하면 안 되는데 사람이라고 하면 마치 그런 빛깔로 바뀐 듯한 모습을 보여 줬다. 제법이다. 뭔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느낌이다.
삼식이는 올라오려는 건지 그냥 그렇게 끝을 내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처음 보였을 때 보다 조금 더 올라온 거 같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 모습 그대로 꺼꾸러져도 괜찮다. 그게 그 녀석의 모습일 테니... 그리고 일식이와 이식이 중간 즈음에 보인 혹시 사식이 아닌가 했던 녀석은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거 같다.
식물을 그로로 덕에 조금 키워 보고 있는데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런데 또 사실 그렇게 엄청나게 자세하고 깊게 알고 싶지는 아...ㄴ...ㅎ... 뭐 그렇다. 한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라는 게 있는데 그 에너지를 너무 쪼개 쓰면 힘들 거 같아 적당히 발 하나 정도 걸치는 에너지 정도로만 식물을 키우고 있다. 하는 일 하고 글 조금 쓰고 하는 지점에서 이미 에너지는 거의 방전이다. 거기에 더해 식물을 키우는 건 어찌 보면 욕심이기도 한데 이 녀석들이 적당히 물 주면서 한 두어 번 바라만 봐도 너란 인간 따위가 관심 안 가져 줘도 우린 잘 자란다! 하고 외치는 거 같기에 그럼 그래라~ 하면서 키우는 수준이다.
더불어 아주 약간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부분이 일조량이다. 이게 식물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광합성이라는 걸 해야 되는 생물이다 보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탁 트인 노지에 그냥 심어 키우면 전혀 문제가 안 되는데 실내 베란다 한 귀퉁이에서 키우다 보니 햇빛이 들이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걸 가만히 나 두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리면 광합성이라는 걸 해야 되는 식물이란 놈들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해가 비추는 쪽으로 쏠려 자라는 거 같았다. 저게 저래도 괜찮은 건가? 그래서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름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는 내 눈으로 봤을 때 한쪽으로 쏠린 듯하면 방향을 돌려줬다.
이쪽으로 굽었다, 저쪽으로 굽었다, 한편으론 다소 정신없기도 한데 그렇다고 한 쪽으로만 굽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담쟁이덩굴 같은 거면 그렇게 쏠리면서 창문을 타고 올라가는 맛이라도 있어 괜찮겠지만 그런 식물을 키우는 건 아내가 찬성할리도 없고 나도 마찬가지다. 해서 그런 식물이 아닌 몬스테라 꺼뭉이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사방팔방 두루두루 살필 수 있는 식물로 자랄 수 있기를 바라며 맞는 건지도 모르는 태양을 피하지 않는 방법인 화분 돌리기를 오늘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