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난다!
'너무 화난다!'
어제 오후, 한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이가 혼자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야 하는데 교통카드를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 그럼 현금 내면 되잖아? 돈도 잃어버렸나?
- 돈은 있지. 그런데 요즘엔 버스에 다 '현금 없는 버스'라고 써놨잖아.
그러고 보니 버스마다 그렇게 적혀있는 걸 본 적이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승차거부까지 할 리가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만 아내가 흥분하는 통에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도 없더군요.
- 그래서 지금 잃어버린 카드 찾느라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집까지 왔다 갔다 하고 있대! 아휴, 답답해!
10년 만에
저는 아이에게 전화했습니다.
여전히 집 근처에서 잃어버린 교통카드를 찾고 있더군요.
저는 집에 가서 제 지갑에 들어있는 신용카드를 찾아서 버스에 타라고 했어요.
교통카드 결제 기능을 넣어뒀거든요.
늘 지갑 안 들고 다닌다고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는데 그게 이번엔 도움이 되었네요.
한 10년 만에.
- 그리고 버스에 탈 때 기사 님한테 '초등학생이에요.'라고 말해.
- 응.
딸아이의 목소리는 그제야 조금 밝아졌습니다.
이런 일로 학원에 가지 못하면 엄마에게 더 혼날 테니까요.
공짠데 왜 안 해?
아이는 다행히 학원에 잘 도착했더군요.
저녁 무렵,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를 마중 나가서 물었습니다.
- 버스 타면서 '초등학생이에요.'라고 했어?
- 아니.
- 왜? 아빠는 네가 그 말을 잘 했을지 궁금했는데. 그 말을 못해서 어른 요금 내게 됐잖아.
- 기사 아저씨 얼굴이 무섭게 생겼었어.
- 하하. 그래도 말은 해보지 그랬어. 말하는 건 공짠데. 아빠였다면 현금 내도 되냐고도 물어봤을 거 같아.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세상엔 많은 걸 걸고 하는 대단한 도전도 많지만 공짜로 할 수 있는 도전거리도 많습니다.
'작은 시도'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고 단념해요. 단지 말 한마디를 하는 건데도 말이죠. 만약 거절당한다면 무안하고 창피할 것 같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때 뻔뻔해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수치심은 잠깐이지만 0%였던 가능성이 '혹시?'로 바뀌니까요.
하긴 저도 며칠 전 마트 시식코너에서 '그 라면 좀 먹어볼 수 있냐'라고 묻지 못하긴 했습니다만.
from su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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