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이혼해줘

by CHOYI

그는 태권도를 전공했고, 해병대 출신에다가 경호사업을 했다. 갑자기 왜 이런 사항들을 나열하냐면 그만큼 운동 선후배, 해병대 전우, 각각 경호사업을 하는 선후배들까지 아는 사람과 지인이 많았다. 경찰서에서도.


국가의 녹을 받고 일하는 사람을 질타하고 싶진 않지만, 그는 선배,후배,전우회까지 모든 인맥을 잘 썼다.

그래서 범법행위를 해도 잘 피해가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경찰이 저래도 되는건가 생각했다.

애초에 건강하게, 성실하게 사는 법 따위는 그의 인생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쉽게, 편하게 법과 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타기만 해도 인생이 윤택해지는 법을 먼저 배웠다.

경찰서에 가자마자 선배라는 사람이 어디서 튀어 나왔고, 또 아는 선배들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준 모양이다. 그래서 나에게 부부싸움이라고 수작도 부리고 덮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버젓이 피해자가 있는데도.


조용히 집에서 처분결과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지금 구속수사가 불가피 하다고 정신병원에를 입원해야겠다고 했다. 진짜 돌아버릴 노릇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불구속수사가 가능하고, 그곳에서 조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누가 가르쳐준 걸까.

나한테 멀지 않은 곳에 입,퇴원이 쉽고 외출도 가능한 정신병원을 알아보라고 했다.

알아보지 않았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일에 동참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알아보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무반응으로 대응하자, 또 누가 알려준건지, 어디서 듣고 온건지 인천쪽의 상가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한다고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려는 절차에는 보호자 2명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도 꼭 같이 가야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구속되면 안되고, 불구속수사를 해야만 한다는 말에 시어머니 되는 사람은 일단 빼내서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해서 서명하러,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갔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나도 "그래, 차라리 정신병일지도 모르니 제대로 고쳐보자" 라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래서 입원을 시키고 나서는 면회도 자주 갔고, 지방의 더 큰 병원을 알아봤다. 어차피 당장 나올 수 없는 거라면 분노조절장애나 성인ADHD 등 더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에는 시어머니가 난리를 쳤다. 내 아들 진짜 정신병자 만드는거냐고. 저기 오래 있으면 정상인도 정신병자 된다며, 병원 이전도 반대했다. 퇴원을 시키려면 또 보호자 2명이 동의해야하는데 나는 퇴원시키려는 어머니에게 반대로 퇴원을 동의하지 않았다. 전쟁이었다. 나는 아이셋을 돌보며, 정신병원에 입원한 남편 뒷바라지에 시어머니까지 나를 옥죄며, 이러다 정말 미쳐버리겠다고 생각했다. 말이 병원에 입원했지, 수시로 외출하고 외박하고 돌아다니는 남편은 시한폭탄 같았다. 면회는 안가기 시작했고, 시어머니 연락도 받지 않았다.


어느 날 밤, 퇴원 문제로 시어머니 연락을 안받으니 집으로 갑자기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진짜 보기 싫었다.

아무랑도 얘기하고 싶지도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너무 지쳤다.

나는 그래서 추운 겨울날 밤 10시 쯤,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잠옷을 입은 나의 세 아들을 패딩만 입혀서 친정으로 도망쳤다. 내 마음속에 쓰리아웃이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말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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