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전이다.
요즘 왜 이럴까, 또 정전이다.
오전 8시 반경, 세탁기를 돌리고 이었는데 정전이 됐다.
오늘 정전 시간표대로라면 오후 4시에만 나가야 하는데, 함정이 있었다.
시간표에 오전도 있었는데, 겉으로 보이는 표에는 오후 타임만 있었던 거다.
미리 알았으면 세탁기 안 돌렸을 텐데, 이미 세탁기는 절반을 남기고 멈췄다.
남편도 일찍 나가고 나 혼자 오전 시간 동안 책 쓰기 강의를 준비했다.
전기도 나갔고 그냥 꼼짝없이 앉아서 강의안 준비하면 되겠다 싶었다.
아침을 먹어야 되는데 발가락이 시려 꼼짝도 못 하겠다.
사실 정전이랑 내 발가락이 시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양말을 신었는데 그저 실내가 추워서 발가락이 시릴뿐이다.
정전이 되면 더 춥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끓여놓은 국물도 없고, 집에 먹을 게 없다.
그냥 요구르트와 그라놀라로 아침을 먹었다.
평소 최애 음식이지만 괜히 서럽다.
아이들이 돌아 올 시간이다.
남편이 없어 얼른 차를 몰고 나가 아이들을 집에 데려왔다.
급하게 떡볶이를 만들어 대령하는 동시에 라이팅 코치 수업에 참여했다.
내 손은 떡볶이에, 내 귀와 마음은 줌 속에 이미 들어갔다.
급히 마무리를 하고 별이에게 떡볶이를 한 접시 가져다 달라고 했다.
5분 휴식 타임에 식어빠진 떡볶이를 한 그릇 밀어넣었다.
늘 수업시간은 늦은 점심시간과 겹친다.
이곳 낮시간 2 ~3 시경에 줌이 있는 날이 대부분이라 평소에 점심은 늘 아점으로 먹는다.
수업 들으면서 밥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수업이 끝날 무렵 다시 또 정전이 됐다.
괜찮다. 저녁 하기 전까지만 들어오면 된다.
5시 반 경 전기가 들어왔다가 다시 또 나갔다.
너는 무슨 반항아냐, 집이 왜 그리 싫은 걸까.
저녁을 해야 하는데 딱히 먹을 반찬을 안 사다 놓아서 걱정이다.
김치도 거의 없고, 뭘로 밥을 해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제 먹으려다 넣어둔 삼겹살이 생각났다.
얼른 구워서 아이들에게 밥 차려줬다.
오이김치랑 삼겹살이랑 찬밥, 브루스타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남편은 저녁 7시가 다 되어 돌아왔다.
날 춥고 정전인데, 오랜만에 밤늦게 남편이 들어오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들어올 때 전기 좀 데리고 들어오지.
예정대로 2시간이 지나면 들어와야 하는 전기는 아직이다.
지금 밤 12시를 향해가는 이 시점까지 깜깜하다.
다행히도 충전식 배터리로 노트북도 쓰고 와이파도 쓰는데, 충전식이라 곧 꺼질 것 같다.
요 근래 들어 정전을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날이다.
이렇게 복구가 며칠 동안 안되면 어쩌나 싶은 불안이 엄습했다. 이러다 여기서 살기 더 힘들어 지는 건 아닐까. 한편으론 여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관계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싶은 마음도 든다.
좀 빨리빨리 처리해줬으면 좋겠다.
별 생각이 다 드는 사이.
영어 피드백도 다 돌렸고, 글도 한 편 쓴다.
글로나짓기 회원들 첨삭 피드백도 해서 보냈다.
안타깝게도 강의안 마무리는 내일 해야 할 것 같다.
배터리 꺼지기 전에 얼른 자야겠다.
불편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아직 다 못 끝낸 일이 못 내 아쉽다.
핑계 대지 않고 이것저것 다 한 나를 칭찬한다.
그나저나 이불속은 차갑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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