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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09. 2023

그냥 다 주는 거지 뭐.

아프리카에 길에서 강도가 나타나면! 


강도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지? 
그냥 다 주는 거지 뭐. 




남아프리카 프레토리아.

범죄율을 찾아보니 전 세계 3위다. 범죄 지수 77.49.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범죄율이 높은 나라, 시민 의식 낮은 나라. 살면 살 수록 느낀다.

  

요 며칠 사이로 부쩍 더 범죄율이 높으니 각별히 유의하라는 문자 메시지가 온다. 

길 대로의 사거리 신호 대기 정차 차량에 갑자기 강도가 들이닥친다. 실탄인지는 모르겠으나 총을 들이대고 문을 열라고 한다. 가진 휴대폰, 아이패드, 지갑, 가방 등을 내놓으란다. 사람들은 순순히 자기 물건을 내어준다. 그들은 자기 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경찰은 뭐 하냐. 나쁜 놈을 안 잡아가고. 



 *Take Note - Please be aware & wakeup*  


"Hi Everyone, just wanted to let you know I have been robbed at gun point at the Robot at Menlyn this morning, please be vigilant. Guy knock on my window with a gun and demanded my cellphone, iPad and laptop. I didn't have my laptop with me, but gave the rest to him. be careful when stopping at that robot. Lady behind me followed me to the police station, to share that she was robbed there yesterday of her handbag! So its been an active spot these days."


오늘 받은 알림 문자에는 덜컥 겁이 났다. 거의 매일 가는 도로다. 계속해서 가까운 데서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6년 차 남아공살이,  살다 보니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간덩이가 부었다. 살다 보니 밤만 무섭지 낮은 그럭저럭 활동하기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쇼핑몰 출구에도 강도가 출몰하고, 훤한 아침, 대낮에도 대놓고  강도질을 한다. 시내 한복판에서, 

나에게 오면 당해 낼 제간이 있을까? 솔직히 겁난다. 그냥 다 줘버리라고 사람들끼리 말한다. 사람 목숨보다 중하겠냐며, 아까워도 내가 더 중하지 않겠냐며. 

이럴 때마다 나는 왜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유가 있어서 왔고, 할 일이 있어서 왔으면서도 말이다. (가끔 잘 모르겠기도 하다.)




몇 달 전 한인 선교사 부부가 자동차와 휴대폰, 지갑을 강탈당했다. 남편과 나는 몹시 긴장했다. 우리가 자주 가는 흑인 지역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언제고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 당시 우리는 가짜 지갑을 만들어서 하나 차에 놓고 다니자고 했다. 휴대폰도 심을 한 개 더 만들어서 꼬진 휴대폰 하나 들고 다니자고 했다. 당시 나는 시뮬레이션을 했다. 내가 교회 앞에 서있는데 갑자기 강도가 들이닥친다! 싶으면 휴대폰을 어디에 던질까, 쓰레기통에 넣을까, 별 생각을 다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약간의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난 그 뒤로 교회 가는 날에는 지갑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실은 통장에는 얼마 없다. 심리적 긴장이 주는 공포감이다. 


경각심이라는 게 참 희한하다. 평소에는 알면서도 연습 안 하다가, 이런 사건이 터지면 남편은 유튜브를 돌려본다. 종종 보기는 하지만 유심히 더 본다. 

남편은 집 앞 슈퍼에 갈 때도 운동화를 신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돌려차기를 해야 된다며 운동화를 신는다. 운동하러 가면 샌드백과 벽에 손등을 치면서 손을 단련한다. 


대체 뭐 하게? 손 딱딱하게 만들어서 나 때리게?

우스갯소리에도 남편은 진지하다. 

"내 손 한방에 쓰러지게 만들어야지. 이게 무기야."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가장의 무게와 책임이 실려 들린다. 


오늘도 남편은 한참 동안 유튜브를 돌아다녔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지 사건의 사례를 살펴본다. 그다음 각종 호신술 영상을 찾아본다. 그 후에는 실습타임이다. 나와 아이들에게 느닷없이 덤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할 거야?"라며 손을 들이댄다. 아이들은 그냥 몸으로 놀아준다 생각하는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힘으로 아빠를 이겨보겠다며 다시 한번 더를 외친다. 



지갑, 휴대폰, 아이패드를 빼앗으려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권총까지 들이댄다니, 그들이 불쌍하다. 

무엇이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이 나라의 범죄율이 줄어들까. 

가난, 빈곤, 굶주림, 억압과 탄압.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문화와 역사의 뿌리는 왜 조금도 변하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세상에는 개인이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게 있고,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 이런 거다. 이건 누구 하나가 나선다고 바뀔 일이 아니다. 시민 의식은 다 같이 일어서야 바뀐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 밖에는. 내 몸, 내 가족 몸을 지킬 수 있도록 방어하는 수 밖에는 없다. 혹여나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아이들이랑 같이 있지 않았을 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갑자기 코 끝이 시큰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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